
지난 5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14개 중소기업 단체가 ‘2022년 최저임금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오는 13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한숨이 깊어졌다. 경영계는 현행 최저임금(8720원) 동결을, 노동계는 올해보다 23.9% 인상한 시간당 1만800원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데, 원자재가격·물류비 급등에 이어 5인 이상 사업장의 주52시간제 시행, 인건비 부담까지 가중되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많아진 이유다.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은 지배적이다. 신씨 역시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꺾이면서 이미 한 차례 아르바이트생 수를 줄였다”며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남은 사람 전부를 내보내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소상공인 70만여명이 모인 A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인력 감축에 대한 이야기가 거론된다. 최저임금을 또 한번 인상하면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홀로 장사를 하겠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무인 결제 기기(키오스크)나 서빙 로봇을 도입하겠다는 의견도 있다.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구직자 7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최저임금에 대한 구직자 의견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80.0%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64.3%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근로시간 단축이나 취업난을 실제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수아씨(23)는 “지금도 손님이 없을 때 사장님 눈치가 보이는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잘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동결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14개 중소기업 관련 단체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이 또 인상된다면 기업 경영 부담은 물론이고 어려운 일자리 사정은 더욱 어려워진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 이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지난해 11년 만에 처음 중소기업 일자리 30만개가 사라졌다”며 “지금도 10개 중 4개의 중소기업은 정부 지원금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사용자와 노동자 양측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현실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서 애로가 발생하는 것처럼 이들은 사실상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며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과의 입장차이를 먼저 좁힌 후, 노동계가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추문갑 본부장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코로나로 소진된 기초 체력이 회복될 수 있도록 내년도 최저임금은 최소한 동결돼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단언했던 미국 연방정부도 최근 고용지표 회복이 지연되자 급격한 인상을 포기했다. 노동계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