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어린이날 행사에 활용할 만큼 초등학생들에게 큰 인기인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한국에서 19금 게임이 될 처지에 놓였다. 마인크래프트는 네모난 블록으로 가상세계를 만들고 탐험하는 게임으로 성인용 게임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국내에서 시행 중인 셧다운제가 마인크래프트의 19금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마인크래프트 이용자들이 모인 '우리들의 마인크래프트 공간(우마공)'에는 셧다운제 폐지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회원은 "셧다운제는 자유권을 침해하고 오히려 음지로 빠져들게 해 건강한 게임 이용 문화 조성을 방해하고 있다"며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했다. 다른 회원도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셧다운제가 오히려 게임 산업을 위축시킨다. 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꼬았다.
최근 우마공에 셧다운제 폐지론이 불거진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한국에 한해 성인만 마인크래프트 계정을 가질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MS는 "한국에 있는 플레이어는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을 구매하고 이용하려면 만 19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자바 에디션은 마인크래프트의 데스크톱 버전으로, MS는 지난 2014년 게임 개발사 모장 스튜디오를 인수한 뒤 자바 에디션 계정을 모장 계정에서 MS 계정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MS는 셧다운제가 시행되는 시간에 특정 연령대를 차단하는 한국용 서버를 별도로 만들지 않고 성인만 계정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2011년에 도입된 셧다운제는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PC 게임 사용을 금지하는 제도다.
국내 이용자들은 이 제도로 인해 마인크래프트가 한국에서 성인 전용 게임이 됐다는 입장이다. 우마공 등 9개 단체는 2일 공동성명에서 "셧다운제로 인해 해외 게임사들은 한국의 특정 연령대 이용자를 구별해 심야 접속을 차단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이는 국제 표준과 달리 한국만의 고립된 서비스이며 중국 시장과 유사한 취급을 받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마수는 마인크래프트에도 뻗쳤고 한국은 마인크래프트조차 성인 게임으로 전락하는 전무후무한 게임 시장이 될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마인크래프트 19금 사태를 촉발한 셧다운제 폐지 요구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등장했다. 1일 '마인크래프트 성인화를 멈춰주세요(셧다운제 폐지)'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글쓴이는 "한국은 셧다운제로 인해 성인이 아니면 MS 서버에 로그인할 수도 없다. 청와대가 어린이날 행사에 활용한 마인크래프트가 성인 게임이 되는 게 말이 되느냐. 실효성 하나 없는 법안인 셧다운제를 폐지해 구시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 청원은 일주일도 안 돼 1만8000여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셧다운제 소관부처인 여성가족부(여가부)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여가부는 "마인크래프트의 청소년 이용 제한은 MS의 게임 운영 정책 변경에 따른 것이다. MS가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하는 다수의 한국 게임 이용자에 대해 세심하게 고려하도록 요청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게임 이용자들은 여가부가 꾸준히 추진해온 셧다운제로 인한 MS사의 정책 변경이라며 책임 전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마인크래프트 19금 사태로 셧다운제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셧다운제 폐지 법안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모양새다. 현재 정치권에는 청소년의 행복추구권과 부모의 교육권 등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셧다운제 폐지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된 상태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5일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본인이나 부모가 요청할 때만 접속을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훈식 의원도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전 의원은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문제는 국가가 아닌 가정에서 지도할 영역"이라며 셧다운제 전면 폐지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전 국회에서도 발의됐던 유사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흐지부지 폐기된 바 있어 이번 개정안 역시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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