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내 고통 공유하는 '자해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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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07-0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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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해러', '자해계' 등 SNS에 버젓이 공유되는 자해 콘텐츠

  • "우울 등 스트레스로 인한 공격성이 자신을 향하면 자해 시도"

  • 극단적 선택까지 이어지는 '자해'... 상담과 치료로 극복 가능해

청소년이 ‘자해’하는 모습이 SNS에 방치돼 쌓여가는 중이다. 2019년 7월 자살예방법 개정안 시행으로 온라인에서 '자살 유발 정보' 유통이 금지됐으나 SNS에는 버젓이 관련 콘텐츠가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불안한 감정에 휩싸인 청소년이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대신 SNS에서 '자해' 콘텐츠를 재생산하는 추세를 우려했다.
 
우울감에서 시작되는 '자해'... SNS에서 위로 받아
6일 보건계에 따르면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코로나19 청소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최근 2주 이내 ‘자해나 자살 생각’에 ‘그렇다’고 답한 청소년이 10.17%였다"고 밝혔다. 학회는 “청소년의 우울과 자해·자살 생각에 대한 적극적인 심리방역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해당 조사는 학회가 전국 만 13세에서 만 18세까지 청소년 570명을 대상으로 올해 5월 27일부터 6월 11일까지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경찰청, 중앙자살예방센터와 함께 진행한 ‘자살유발정보 집중클리닝 활동’ 결과 온라인상에서 신고된 자살유발정보 콘텐츠는 총 3만3486건이었다. 이 중 자살 관련 사진‧동영상이 1만7046건(50.9%)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자살 위해물건 판매‧활용 7165건(21.4%), 자살 동반자 모집 4907건(14.7%), 기타 자살유발정보 3993건(11.9%) 등이었다. 

자살 유발 정보가 가장 잘 퍼지는 곳은 SNS가 독보적이다. 신고처 유형 중 SNS가 2만7099건으로 80.9%를 차지했다. 이어 기타 사이트, 온라인 커뮤니티, 포털 사이트 순이다. SNS에서는 트위터가 92.3%로 독보적인 플랫폼이었다. 이어 인스타그램이 6.4%로 2위를 기록했다.

함경애 신라대학교 상담치료대학원 겸임교수는 “SNS에서 자해를 중심으로 모이는 청소년은 오프라인상에서 다른 사람에게 말했을 때 수용 받는 경험이 별로 없는 경우가 있다. 반면 SNS에 자해 사진을 올리면 위로의 말과 함께 힘들어서 이렇게 했다는 것을 인정받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자해 사진을 올리는 것에 반응하면서 이타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이) 자해를 고통의 회피라고 표현한다. 심리적인 고통을 신체적인 고통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공격성이 자신을 향하면 자해가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자가 SNS에 ‘자해’, ‘자해러’(자해하는 사람), ‘자해계’(자해하는 계정) 등 자해를 연상하게 하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니 쉽게 자해 관련 콘텐츠를 접할 수 있었다. 자해를 언급하는 계정은 대부분 우울, 불안 등 단어를 해시태그로 달았다. 본인을 2002년생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입원 치료 경험이 있고 현재 상담하고 약을 복용 중이다. 자해는 하지만 사진은 올리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트위터는 관련 정책을 통해 자해 행동을 조장하거나 장려하는 콘텐츠를 금지한다. 트위터 측은 “자살 또는 자해를 조장하거나 장려하는 행위는 허용하지 않는다. 신고가 접수되면 당사자에게 직접 연락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조언하고 전문기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다만 방대한 콘텐츠로 인해 감시보다는 신고제가 더 활성화돼 부적절한 콘텐츠 관리가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심각한 경우 극단적 선택까지... 전문가 만나 치료로 극복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디어가 청소년에게 ‘자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2018년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10대 래퍼는 평소 우울증을 겪으면서 자해를 한 이야기를 소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 5일에는 그룹 AOA 출신 권민아가 SNS 라이브 방송 중 손목과 배 등에 자해 흔적을 보여 논란을 일으켰다. 앞서 함 교수는 “우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해하는 것을 보고, 힘드니까 자해를 한다고 사회 학습을 하고 감정을 조절하거나 대체할 방법이 없을 때 생각나면서 자해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기 비난에서 시작한 지나친 자해가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사랑하는 둘째 아들이 투신해 사망에 이르렀다. 명백한 사이버 폭력과 집단 따돌림, 교사의 무관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건”이라고 전했다.

사망한 학생이 따돌림에서 비롯된 고립감을 푸는 수단은 ‘자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글쓴이는 “사건 2주 전에 저희 아들이 자해를 시도했다. 사건 발생 하루 전 담임 교사와의 상담에서도 그간의 힘들었던 점을 어렵게 털어놓았으나 담임 교사의 부적절한 대처로 결국 ‘투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호소했다. 해당 글은 이날 오후 3시 21분 기준 2만6150명에게 동의를 얻었다.

심리적 고통에서 시작한 자해는 충분한 상담과 치료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지난해 자해를 시도한 청소년 3만2458건을 도운 결과 자해 빈도는 50% 감소했다고 밝혔다. 청소년이 전문의 상담 등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기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은 “지난해 동안 전국 집중 심리클리닉 개입으로 자살‧자해 문제를 가진 청소년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함 교수는 “자기 비난이나 부정적인 자기상을 갖고 있으면 우울할 수밖에 없어서 자존감을 올리는 치료가 진행돼야 한다. 청소년의 감정 표출 방법에 따라 심리치료 방법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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