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남긴 말이었다. 장소, 조명, 온도 등 하나하나의 요소로 어떤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의미였다.
그의 말대로 대개 추억은 여러 요소가 뒤섞여 만들어진다. 그날의 날씨, 그날의 기분, 그날 먹은 음식이나 만난 사람들 등등. 모든 요소가 그날의 기억이 되는 셈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어떤 영화는 작품이 가진 본질보다 다른 요소들로 재미를 가르기도 한다. 혹평받은 영화가 '대표작(인생작)'으로 등극할 때도 있고, '대표영화(인생영화)'가 다시 보니 형편없게 느껴질 때도 있다.
관객들도 필자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필자는 그날 영화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녹여낸 '최씨네 리뷰(논평)'를 통해 좀 더 편안하게 접근해 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영화들이 있다. '홍콩 액션'부터 '인디아나 존스' '007' 연속물을 지나 '스타워즈' '터미네이터' 등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가 그렇다. 우리 동년배들에게 '라떼 영화'를 묻는다면 아마 '해리포터' 연속물과 '마블 영웅물'에 관해 이야기할 거다. 영화 개봉일에 극장으로 달려가고 명절마다 연속물을 복습하던 10여년의 기억들은 우리의 '라떼담'이기도 하다.
앞서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마블 영화 세계관을 뜻한다)는 각 페이즈를 통해 영웅의 탄생과 '어벤져스'의 등장, 그리고 영화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공고히 해왔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을 통해 '페이즈3'를 마무리지었고, 기존 '어벤져스' 구성원들과 작별 인사를 고했다. 10여년의 시간이었고 총 23편의 영화를 통해서였다.
그러나 내 동년배들은 물론 마블 팬들은 아직 '어벤져스' 구성원들을 떠나보내지 못했을 거다. 아직도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없는 '어벤져스'는 머릿속에 쉬이 그려지지 않으니까. 아직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는데 마블은 '샹치와 텐링즈의 전설' '이터널스' 등 올해 신작 영화를 내놓는다고 선언했다. 마블의 수장 케빈 파이기가 알지 못하게 홀로 서운해하던 도중 '블랙 위도우' 국내 언론 시사회가 진행됐다. 그리고 영화를 보며 멋지게, 그녀와 '안녕'하기로 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아이언맨'에게 보내는 마블의 헌사였다면 '블랙 위도우'는 마블 팬들이 그와 뜨거운 안녕을 할 수 있도록 마블이 마련한 자리처럼 보였다.
'어벤져스'를 UN 감독하에 두고 체계적으로 등록하도록 규정하며 개개인을 감시하도록 하는 소코비아 협정을 두고 내부 분열하게 된 '어벤져스' 구성원들. 나타샤(스칼렛 요한슨)는 소코비아 협정을 거부하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몸을 숨긴다. 그러던 어느 날 나타냐는 20년 전 헤어진 여동생 옐레나(플로렌스 퓨)와 재회하고 과거 사라진 줄 알았던 집단 '레드룸'이 아직 실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레드룸은 나타샤·옐레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을 암살자로 만든 소비에트연방의 훈련 기관. 두 사람은 레드룸을 없애기로 하고 연결고리를 끊어내고자 한다.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사이 블랙 위도우, 즉 나타샤 로마노프의 행적을 따르고 있다. 그간 '어벤져스' 주요 구성원들은 솔로 영화를 통해 영웅으로서 겪는 딜레마나 해방 등을 보여주었으나 '블랙 위도우'의 경우 남성 위주 영웅 영화에서 기능적인 역할을 하거나 필요 때문에 이용당해왔다. 점차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다른 영웅들에 비해 그를 들여다보는 노력이 적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블랙 위도우'에서 나타샤 로마노프는 여성 영웅으로 오롯하게 서사를 끌어나가며 인물 내면의 성장과 진정한 해방 등을 보여준다. '블랙 위도우' 팬들이라면 가슴이 웅장해질 만한 이야기다. 게다가 맨몸으로 펼치는 액션 시퀀스 역시 그간 블랙 위도우가 보여준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짜릿한 쾌감을 안겨준다.
'블랙 위도우'가 레드룸을 파괴하는 과정은 영웅 영화로서의 쾌감도 선사하지만 여성 영화로서의 몫도 톡톡히 해낸다. 나타샤·옐레나가 연대해 레드룸을 파괴하고 억압된 삶을 사는 또 다른 여성 동료(피해자)를 구해내는 서사는 11년간 나타샤 로마노프가 바랐던 숙원처럼 느껴진다. 나타샤는 온몸을 내던졌고 고통의 연결 고리를 끊어냈으며 진정한 해방을 얻었다. 고통의 사슬을 끊어낸 '블랙 위도우'의 얼굴은 마블 스튜디오가 그에게 남기는 헌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제야 나도 '블랙 위도우'를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다. 7일 개봉. 관람등급은 12세이며 상영시간은 134분이다. 마블 영화의 백미인 '쿠키 영상'은 앞으로 진행될 MCU의 또 다른 사건을 예고하니 꼭 관람하길 바란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남긴 말이었다. 장소, 조명, 온도 등 하나하나의 요소로 어떤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의미였다.
그의 말대로 대개 추억은 여러 요소가 뒤섞여 만들어진다. 그날의 날씨, 그날의 기분, 그날 먹은 음식이나 만난 사람들 등등. 모든 요소가 그날의 기억이 되는 셈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어떤 영화는 작품이 가진 본질보다 다른 요소들로 재미를 가르기도 한다. 혹평받은 영화가 '대표작(인생작)'으로 등극할 때도 있고, '대표영화(인생영화)'가 다시 보니 형편없게 느껴질 때도 있다.
관객들도 필자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필자는 그날 영화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녹여낸 '최씨네 리뷰(논평)'를 통해 좀 더 편안하게 접근해 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앞서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마블 영화 세계관을 뜻한다)는 각 페이즈를 통해 영웅의 탄생과 '어벤져스'의 등장, 그리고 영화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공고히 해왔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을 통해 '페이즈3'를 마무리지었고, 기존 '어벤져스' 구성원들과 작별 인사를 고했다. 10여년의 시간이었고 총 23편의 영화를 통해서였다.
그러나 내 동년배들은 물론 마블 팬들은 아직 '어벤져스' 구성원들을 떠나보내지 못했을 거다. 아직도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없는 '어벤져스'는 머릿속에 쉬이 그려지지 않으니까. 아직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는데 마블은 '샹치와 텐링즈의 전설' '이터널스' 등 올해 신작 영화를 내놓는다고 선언했다. 마블의 수장 케빈 파이기가 알지 못하게 홀로 서운해하던 도중 '블랙 위도우' 국내 언론 시사회가 진행됐다. 그리고 영화를 보며 멋지게, 그녀와 '안녕'하기로 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아이언맨'에게 보내는 마블의 헌사였다면 '블랙 위도우'는 마블 팬들이 그와 뜨거운 안녕을 할 수 있도록 마블이 마련한 자리처럼 보였다.
'어벤져스'를 UN 감독하에 두고 체계적으로 등록하도록 규정하며 개개인을 감시하도록 하는 소코비아 협정을 두고 내부 분열하게 된 '어벤져스' 구성원들. 나타샤(스칼렛 요한슨)는 소코비아 협정을 거부하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몸을 숨긴다. 그러던 어느 날 나타냐는 20년 전 헤어진 여동생 옐레나(플로렌스 퓨)와 재회하고 과거 사라진 줄 알았던 집단 '레드룸'이 아직 실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레드룸은 나타샤·옐레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을 암살자로 만든 소비에트연방의 훈련 기관. 두 사람은 레드룸을 없애기로 하고 연결고리를 끊어내고자 한다.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사이 블랙 위도우, 즉 나타샤 로마노프의 행적을 따르고 있다. 그간 '어벤져스' 주요 구성원들은 솔로 영화를 통해 영웅으로서 겪는 딜레마나 해방 등을 보여주었으나 '블랙 위도우'의 경우 남성 위주 영웅 영화에서 기능적인 역할을 하거나 필요 때문에 이용당해왔다. 점차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다른 영웅들에 비해 그를 들여다보는 노력이 적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블랙 위도우'에서 나타샤 로마노프는 여성 영웅으로 오롯하게 서사를 끌어나가며 인물 내면의 성장과 진정한 해방 등을 보여준다. '블랙 위도우' 팬들이라면 가슴이 웅장해질 만한 이야기다. 게다가 맨몸으로 펼치는 액션 시퀀스 역시 그간 블랙 위도우가 보여준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짜릿한 쾌감을 안겨준다.
'블랙 위도우'가 레드룸을 파괴하는 과정은 영웅 영화로서의 쾌감도 선사하지만 여성 영화로서의 몫도 톡톡히 해낸다. 나타샤·옐레나가 연대해 레드룸을 파괴하고 억압된 삶을 사는 또 다른 여성 동료(피해자)를 구해내는 서사는 11년간 나타샤 로마노프가 바랐던 숙원처럼 느껴진다. 나타샤는 온몸을 내던졌고 고통의 연결 고리를 끊어냈으며 진정한 해방을 얻었다. 고통의 사슬을 끊어낸 '블랙 위도우'의 얼굴은 마블 스튜디오가 그에게 남기는 헌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제야 나도 '블랙 위도우'를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다. 7일 개봉. 관람등급은 12세이며 상영시간은 134분이다. 마블 영화의 백미인 '쿠키 영상'은 앞으로 진행될 MCU의 또 다른 사건을 예고하니 꼭 관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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