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바람에 설 자리를 잃었던 오프라인 채널이 파격적인 혜택으로 보복소비 심리를 자극하며 부흥을 노리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발길을 본격적으로 늘려줄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 '최저가 보상' 이어 '100% 환불' 정책으로 손짓
대형마트들은 코로나19 이후 급변한 유통 환경에서 최저가 보상제도에 이어 신선식품의 품질을 경쟁력으로 내세운 '무조건 환불' 정책으로 손짓하고 있다.8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이달 초부터 과일, 채소를 구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100% 맛보장 제도'를 도입했다. 물건을 구매한 고객이 맛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이유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교환과 환불을 해주는 '품질 보장제도'다.
이 제도는 롯데마트에서 파는 모든 과일과 채소에 적용된다. 교환이나 환불을 원하는 고객은 구매 이후 7일 안에 영수증을 가지고 각 롯데마트 지점의 '도와드리겠습니다' 코너에 방문하기만 하면 된다. 회사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이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부분이 제품의 신선함과 맛이라고 판단했다"고 제도 도입 배경을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 제도의 핵심은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연구하고 상품 품질을 강화해온 홈플러스의 자신감과 원가 경쟁력"이라며 "고객들이 '100% 만족할 때까지' 고객을 록인(Lock-in)해 신선식품 경쟁력의 격차를 벌리고, 장기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도 현재 신선상품 100% 보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마트에서 파는 과일과 채소, 축산, 수산 상품에 불만족할 경우 교환이나 환불을 무조건 해준다. 이마트 역시 구매 후 7일 안에 영수증을 가지고 고객만족센터로 방문하면 교환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4월부터는 '피코크 맛 보장' 제도도 함께 진행한다. 이마트 자체 브랜드(PL)인 피코크 전 품목에 대해 맛과 품질을 만족하지 못하면 환불을 해주는 제도다. 이 혜택은 오프라인 매장 구매 상품에만 적용되며, 역시 구매 30일 안에 영수증 지참 후 고객만족센터에 가서 받으면 된다.
◆패션가 역발상 경영으로 오프라인 매장 확대
패션회사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역발상 경영을 펼치기도 한다. 상품 판로를 다양화하는 동시에 차별화한 경험을 제공해 브랜드 신뢰도와 호감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실제 현대백화점 계열 패션 기업 한섬은 지난 25일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동 신시가지에 면적 579평(1914㎡)의 콘셉트 스토어 '더한섬하우스 부산점'을 열었다. 광주, 제주도에 이은 세 번째 오프라인 매장이다. 한섬은 해당지역 고객은 물론 해운대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을 동시에 잡아 이곳을 부산의 새로운 쇼핑 랜드마크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한섬 관계자는 "더한섬하우스 부산점은 해운대 신시가지 주거밀집 상권과 인접한 데다, 반경 2~4㎞ 안에 부산의 대표적 부촌으로 불리는 마린시티와 센텀시티가 있어 잠재 수요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곳이 해운대를 대표하는 패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와 한섬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여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보다 앞서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GUGGI)는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에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가옥'을 열기도 했다. 구찌가 국내에서 단독매장을 선보인 것은 지난 1998년 청담동 매장 이후 23년 만에 두 번째이자, 강북 지역 내에서는 최초 매장이다. 구찌는 한국 전통주택을 상징하는 '가옥(家屋)'에서 착안한 명칭으로, 한국 고유의 환대 문화와 이태원의 활기차고도 현대적인 감성을 융합해 이곳을 창의성과 개성을 추구하는 구찌 정신이 돋보이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오프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첫 번째 매장을 열고 오프라인으로 상륙하기도 했다.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는 홍대 머큐어 앰배서더 호텔 건물에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 규모로 들어섰다. 영업 면적은 850㎡(약 250평)에 이른다. 무신사 관계자는 "그동안 직접 입어보고 구매하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했다"면서 "이번 플래그십 스토어는 무신사 스탠다드 브랜드를 경험하는 데 중점을 두고 기획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패션 업계가 소비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와중에도 대형 오프라인 매장을 고집하는 것은 상품 구매 여부를 떠나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와의 연결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장 실적에 반영되지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선순환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완연한 회복세 들어선 오프라인 유통…전망도 '맑음'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점차 되살아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도 완연한 회복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5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지난달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 증가율은 17.6%로 오프라인을 훌쩍 웃돌았지만, 패션 업종과 연관성이 큰 백화점 매출이 19.1% 늘어났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2020년 한 해 동안 3.6% 줄어들며 줄곧 감소세를 보이다가 올해 2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2월 14.3%(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한 데 이어 3월과 4월에도 각각 21.7%, 11.2% 늘었다.
유통업계가 체감하는 경기 전망도 밝아지는 추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소매유통업체 1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1년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106으로 집계됐다. R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이면 그 반대다.
업태별로 온라인 쇼핑의 RBSI(115)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체인 백화점 지수가 2분기 96에서 3분기 107로 가장 많이 상승,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대형마트(98), 편의점(100), 슈퍼마켓(96)도 전 분기보다 모두 3포인트(P)씩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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