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시설 갖춘 150년 전 대형 화장실, 경복궁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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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1-07-0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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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서 정화기능 갖춘 150년 전 공중화장실 유적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현대 정화조와 유사한 시설을 갖춘 대형 화장실 유구(건축물의 구조)가 경복궁 동궁의 남쪽 지역에서 확인됐다. 궁궐 내부에서 화장실 유구가 나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문화재청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소장 김인규)는 8일 오전 10시 경복궁 흥복전에서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경복궁 화장실의 존재는 '경복궁배치도', '북궐도형', '궁궐지' 등에서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문헌에 따르면, 경복궁의 화장실은 최대 75.5칸이 있었는데, 주로 궁궐의 상주 인원이 많은 지역에 밀집돼 있었고, 특히 경회루 남쪽의 궐내각사와 동궁 권역을 비롯해 현재의 국립민속박물관 터 등에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굴된 화장실은 동궁과 관련된 하급 관리와 궁녀, 궁궐을 지키는 군인들이 주로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궁 권역의 건물들은 1868년(고종 5년)에 완공됐으나, 일제강점기인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장이 들어서면서 크게 훼손됐다. 

이장훈 한국생활악취연구소장은 "150년 전 정화시설을 갖춘 경복궁의 대형 화장실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고대 유적에서 정화시설은 우리나라 백제 때의 왕궁 시설인 익산 왕궁리 유적에서도 확인됐지만, 분변이 잘 발효될 수 있도록 물을 흘려보내 오염물을 정화한 다음 외부로 배출하는 구조는 이전보다 월등히 발달한 기술"이라며 "이 같은 분뇨 정화시설은 우리나라에만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경복궁 화장실 유구의 발굴은 그동안 관심이 적었던 조선 시대 궁궐의 생활사 복원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이번 발굴조사의 결과를 보여주는 동영상을 문화재청 유튜브와 국립문화재연구소 유튜브를 통해 12일부터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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