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의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공식화한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도 북한을 방문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레푸블리카는 7일(현지 시간) ‘휴식 중에도 멈추지 않고 북한 방문 검토하는 교황’이란 지면 기사를 통해 "수술 후 교황의 회복세가 순조롭다"며 "그가 벌써부터 다음 달 재개할 업무를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교황이 이미 순방 의사를 밝힌 헝가리, 슬로바키아 외에 북한과 레바논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지난 4일 결장협착증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앞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5일 "교황의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며 정부의 물밑 작업을 공식화했다.
특히 지난달 11일 한국 성직자 최초로 교황청 고위직인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대주교가 교황 방북의 실무 업무를 담당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2014년 교황의 한국 방문 성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 유 대주교는 교황청에 지속해서 남북 관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 대주교는 지난달 임명 직후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교황님의 방북을 주선하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며 "교황님께서도 북한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북한이 교황님을 초청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교황은 4월 바티칸에서 유 대주교를 접견한 자리에서 "준비되면 북한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2018년 10월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과 38분 간 면담한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교황 방북 초청 의사을 내비쳤단 사실을 전달했다. 이에 교황은 "북한이 공식적으로 초청하면 나는 북한에 갈 수 있다"며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실무부처인 통일부도 교황 방북 성사를 위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진행 상황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만한 내용을 갖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성사되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이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국경을 원천 봉쇄하고 있어 교황의 평양 방문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대응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경 일대의 감시초소를 증설하고 국경 차단물까지 설치하는 등 '방역 장기전'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북한 내 대규모 코로나 발병 징후나 백신 반입은 파악이 안 된다"고 보고했다. 김 위원장도 백신을 맞았다는 동향 역시 전해진 게 없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북한은 오죽하면 바닷물로 유입될까 봐 방파제를 보완할 정도로 철저하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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