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걱정이 늘어난 곳도 있다. 바로 사업주들이다. 그러잖아도 이달 1일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됐다. 여기에 휴일이 더 늘어난다는 것은 기업이 무조건 반길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긴 힘들다. 그것도 그냥 휴일이 아닌 ‘유급휴일’이다. 근로자들이 쉬는 게 마뜩잖은 게 아니다. 이들의 걱정은 ‘생산성’이다. 유급휴일이 늘어난 만큼 커진 임금부담은 다음 걱정거리다.
◆법정공휴일? 대체공휴일?
법정공휴일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정해준 휴일이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으로 정하고 있다. 쉽게 달력에 ‘빨간날’이 법정공휴일이다. 매주 일요일도 법정공휴일이다.
일요일을 제외하면 1년간 법정공휴일은 총 15일이다.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1월 1일 △설 명절 3일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현충일 △추석 명절 3일 △크리스마스다.
대체공휴일은 법정공휴일이 다른 법정공휴일과 겹치거나 토요일이 포함될 때 적용된다. 겹친 날 이후 첫 평일을 겹친 날만큼 더 쉬게 해 주는 게 대체공휴일이다.
대체공휴일은 2014년 추석 명절에 처음 시행됐고, 지금까지 설‧추석 명절과 어린이날에만 적용됐다.
이후 법정공휴일인 15일이 모두 평일에 포함돼 쉴 수 있었던 ‘기적의 해’는 한 번도 없었다.
대체공휴일은 내년 1월 1일부터 공식 시행된다. 올해 4일을 추가로 쉴 수 있는 건 부칙을 통해서다. ‘쉬는 당사자’인 근로자에겐 올해 광복절부터 시행된다고 보면 된다.
올해 추가된 4일은 △8월 15일 광복절(일요일) △10월 3일 개천절(일요일) △10월 9일 한글날(토요일) △12월 25일 성탄절(토요일)이다.
쉬는 날이 늘어나면 민간소비에 긍정적이다. 대체공휴일은 보통 주말을 포함하기 때문에 연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 유발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체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많이 분포된 음식업이나 여가 관련 서비스업이 수혜를 입는다. 특히 ‘깜짝 휴일’의 효과는 더 크다.
깜짝 휴일의 경제적 파급 영향을 분석한 자료인 현대경제연구원의 ‘8·17 임시공휴일 지정의 경제적 파급 영향(2020)’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7일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소비지출액은 2조1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소비가 여러 경로를 통해 경제 전체에 미친 생산유발액은 4조2000억원, 부가가치유발액 1조6300억원, 취업유발인원 3만6000명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가 7조8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 하루의 깜짝 휴일이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셈이다.
특히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지출의 경제적 파급은 숙박업, 음식업, 운송서비스업, 여가 관련 서비스업 등 네 가지 경로를 통해 주로 발생했다. 산업별로 서비스업은 물론 제조업, 농림수산업 등 다양한 생산유발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임시공휴일이나 대체공휴일의 긍정적 효과가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시행일을 신속하게 결정해 가계‧기업 등 민간 주체들이 휴일을 계획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에 바뀐 대체공휴일 제도는 모든 이에게 반갑게 다가오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이다. 이들은 현행 근로기준법상 공휴일 적용을 받지 못한다. 비용부담 등의 우려도 작용했다.
‘5인 이상~30인 미만’ 사업장도 올해는 적용되지 않고, 내년부터 대체공휴일을 만끽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이들 노동자가 제외돼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법안에 반대하기도 했다.
유급휴일이 늘어나면서 기업은 자연스럽게 임금 부담이 늘었다. 규모가 작은 30인 미만 기업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5인 이상~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공휴일의 유급휴일화로 연간 4.8%의 임금 인상 효과가 발생한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기준으로 환산한 수치다.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임금 인상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 근로자 기준으로 최소 연 105만원이다. 불가피하게 공휴일에 일하는 경우에는 1.5배의 휴일가산수당이 발생한다. 이때 기존 월급 외에도 연 157만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영세기업에 속하는 일부 30인 미만 기업은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돼 일손이 부족해졌는데, 임금까지 올랐다”며 “여기에 대체공휴일이 확대돼 답답하다”고 토로한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요국보다 낮다. 영세할수록 노동생산성은 낮아진다.
일부 영세 중소기업계는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투입비용을 줄이는 것 외에 없다"고 주장한다. 유급휴가의 증가는 생산성 하락과 투입비용 증가 측면에서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OECD의 생산성지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40.5달러로 OECD 36개국 중 30위다. OECD 평균(54.5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주요 노동‧경제 지표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인당 노동생산성과 최저임금을 100으로 놓았을 때 지난해 1인당 노동생산성은 101.7, 최저임금 수준은 153.9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완화를 위한 생산성 향상 및 성과공유제 활성화 방안’을 보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노동생산성은 더욱더 낮다.
500인 이상 대비 노동생산성은 △10인 미만 13.9% △10~49인 26.6% △50~99인 33.7% △100~499인 47.7%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 대비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은 매우 낮은 수준이며, 노동생산성 증가 정도 대비 최저임금 인상률이 과도하게 높다”며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은 투입비용 감소 외에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는 별도의 방법이 마땅히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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