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협회가 허위매물을 가려내기 위한 매물 검증 시스템을 자체 부동산 중개 플랫폼에 조만간 도입할 전망이다.
11일 협회에 따르면 오는 19일 협회 자체 앱 '한방'에 건축물 토지대장과 등기부 등본 등 공적 장부를 이용해 허위매물을 걸러낼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다. 집주인이 휴대폰으로 매물을 직접 확인해야 매물이 중개 사이트에 올라가고, 실제로 물건이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최근 네이버가 부동산 허위매물 관리를 위해 부동산 정보업체 매물 등록 과정에서 집주인의 전화번호와 네이버 아이디를 추가하도록 약관을 개정하는 방침을 내린 데 따른 조치이다.
중개를 맡은 공인중개사가 네이버에 매물을 등록하면 이 정보가 자동으로 집주인에게 전송되고 집주인은 네이버 포털에 올라온 매물 등록 여부와 가격·기타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공인중개사가 집주인의 네이버 아이디·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출하지 않으면 네이버 부동산을 사용할 수 없다.
이에 공인중개사들은 "말이 안 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강남 지역 허준공인중개업소의 허준 대표는 "네이버의 일방적 개인정보 요구는 시장의 우세한 지위를 이용한 명백한 불공정 행위"라며 "허위매물은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근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5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거대 포털 사이트의 횡포에 영세한 개업 공인중개사는 다 쓰러집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공인중개사로 추정되는 이 청원인은 "개인정보이용법을 위반하게 강제해 개업 공인중개사들을 범법자로 내모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법 어디에도 업무상 알게 된 중개의뢰인의 개인정보를 포털사이트 등에 중개의뢰인의 동의 없이 그냥 누설해도 된다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 청원의 동의 인원은 2만 명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허위매물 관리 자체는 좋은 시도지만, 그 부담을 공인중개사에게 지워서는 안 되고 또 개인정보의 범위를 확실히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허위매물 관리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받는 개인정보의 범위를 확실히 하고, 허위매물보다 중복매물이 많은 대도시 아파트의 특성을 고려하는 등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우리나라는 부동산 소유자가 다수의 중개업자에게 의뢰해서 계약을 성립시킨 업자에게 중개보수를 지급하는 일반 중개 계약 시스템"이라면서 "네이버가 책임을 강제하면 공인중개사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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