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 모임 된다더니 희망고문"···거리두기 4단계에 자영업자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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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1-07-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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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발표된 지난 9일 퇴근시간 무렵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 가게들이 대낮부터 간판 불을 밝히고 있지만, 인적은 드물다. [사진=김경은 기자]
 

“가뜩이나 이달 들어 매출이 반토막났는데···. 새 거리두기로 앞서 잡힌 저녁 예약들마저 전부 취소될 걸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합니다.”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에서 고깃집을 하는 김모씨의 하소연이다. 김씨는 “이달부터 집합 제한 인원을 6명까지 늘린다는 소식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면서도 “최근 코로나19 확산세로 오히려 제한 인원이 2명으로 줄었다. 희망고문만 당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수도권에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12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부터 2주 동안 수도권에 새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다. 4단계에서 사적 모임은 오후 6시 이전에 4명, 오후 6시 이후엔 2명으로 제한된다. 사실상 저녁 시간대 외부 활동을 금지하는 셈이다.

당초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사적 모임 인원을 기존 4명에서 6명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음식점, 카페 등의 영업시간은 밤 10시에서 자정까지 연장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개편안 시행이 미뤄졌다. 이후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새 개편안을 마련해 가장 높은 방역 수위인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한 것이다.

일주일 전만 해도 영업 정상화 기대에 부풀었던 자영업자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새 개편안 발표 당일인 지난 9일 종각 젊음의 거리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의 표정에도 실망감과 불편한 기색이 가득했다. 한 감자탕집 사장은 “백화점 같은 대형 시설은 놔두고 힘없는 영세 소상공인, 자영업자만 희생양 삼는다”며 “이전에도 그랬듯 2주 희생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9일 퇴근 시간 무렵 서울 종각 젊음의 거리가 한산하다. [사진=김경은 기자]
 

특히 종각 젊음의 거리는 저녁 시간대에 비교적 여럿이 찾는 상권인 탓에 새 거리두기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가게들도 이를 우려한 듯 낮부터 화려한 간판 조명을 켜고 문을 활짝 연 채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렸다. 한 횟집 사장은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를 하는지 점심에도 식당에 오질 않는다”며 “하루종일 장사하니 오히려 고정비가 더 드는데 임시 휴업이라도 해야 할 노릇”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이후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휴업 혹은 폐업을 선택한 자영업자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자는 558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다. 1인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4.8% 줄어든 131만7000명으로 집계돼 30개월 연속 감소세다. 이런 상황에서 거리두기는 한층 강화했고, 오는 13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도 앞두고 있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생계는 더욱 팍팍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철 한국외식업중앙회 국장은 “식당 매출의 70~80%가 저녁 장사에서 나오기 때문에 거리두기 4단계에선 그만큼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며 “1년 반 동안 이어진 코로나19 피해로 폐업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만큼, 피해 지원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내고 “국회에서 심의 중인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 금액과 희망회복자금(5차 재난지원금)도 규모를 크게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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