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프로 보는 중국]"20분 만에 석류 10억원어치 완판!" 中 농촌 '라방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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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1-07-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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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가 연 '농촌 라방 열풍'···'귀향청년'이 주역

  • '라방'으로 돈방석···매출 전년 대비 15배 급증

  • 中 공산당 '농촌진흥' 정책에도 일조

'리장 석류형'으로 불리는 농민 진궈웨이의 라이브방송 모습. [사진=더우인 갈무리]


#. 중국 윈난성 리장시에 사는 농민 진궈웨이. 한때 빚더미에 올랐던 그는 2018년까지만 해도 거리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과일을 팔며 간신히 대출을 갚는 가난한 농촌 청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 쇼트클립(짧은 동영상) 플랫폼인 더우인(抖音·틱톡 중국 버전)에서 잘나가는 왕훙(網紅, 인플루언서) 중 하나다. 별명은 '리장 석류형'. 팔로어 수만 730만명에 달한다. 그가 한 번 라이브방송에 나섰다 하면 20분 만에 석류 600만 위안(약 10억원)어치가 완판될 정도다. 지난해 벌어들인 매출만 3억 위안에 달했다.

#. 더우인에서 팔로어 수 250만명을 자랑하는 농민 왕훙 궈청청. 그는 직접 밭에서 키워 수확한 농산물이나 동네 주민들이 재배한 복숭아, 호박 등을 라이브방송을 통해 팔고 있다. 라이브방송을 한 번씩 할 때마다 주문이 5만개씩 밀려들어와 한 달에 최소 900만 위안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과거에 그는 '국민 메신저' 위챗을 통해 농산물을 판매했는데,  당시 하루 100개씩 주문받았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라고 했다. 

최근 블룸버그가 소개한 '라이브방송이 바꾼 중국 농촌의 현주소'다. 외딴 시골 지역의 농민들도 이제는 스마트폰을 통한 라이브방송으로 도시 주민들에게 직접 농산물을 판매해 떼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 코로나19가 연 '라방 전성시대'···'귀향 청년'이 주역

[자료=더우인보고서]


진궈웨이와 궈청청 모두 도시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귀향 청년'이다. 더우인에 따르면 농촌 왕훙의 54%가 '귀향 청년'이라고 한다. 특히 도시에서 농민공(이주노동자)으로 일하던 청년들이 대다수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농촌 라이브방송 전성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 중국 전역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고향에 발이 묶인 2300만명의 농민공을 중심으로 농촌 라이브커머스(라이브방송과 전자상거래의 합성어)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봉쇄령으로 교통 물류가 마비되면서  현지 창고에 농산물은 그대로 방치됐다. 하지만 집에 갇힌 도시 주민들 사이에선 '집밥' 문화가 확산하며 온라인 신선식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농촌 창고에 방치된 농작물을 도시민들에게 직접 연결해준 게 라이브방송이었다. 

게다가 라이브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농촌 주민들의 평범한 일상이 복잡한 도시에 사는 주민들에겐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자연과 전원생활을 향한 동경이 있는 도시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이유다.

여기에 더해 친환경, 유기농을 강조하는 농촌 라이브커머스는 도시민들의 식품 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잠재웠다.  라이브방송을 통해 소비자들은 직접 눈으로 농촌 현지에서 농약 없이 자연 그대로 키우는 농산물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방'으로 돈방석···매출 전년 대비 15배 급증

농촌 라이브방송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농민들은 떼돈을 벌고 있다. 더우인은 지난달 발표한 '농촌데이터 보고서'에서 지난해 더우인에서 농촌 현지 콘텐츠 제작자들이 벌어들인 매출이 전년보다 15배 늘었다고 밝혔다.

활로를 찾기 위해 더 많은 농민들이 라이브커머스에 뛰어드는 이유다. 중국 알리바바 산하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1년간 농민 10만명이 타오바오 플랫폼을 통해 라이브방송을 한 횟수만 252만회에 달했다.  더우인에서 1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보유한 농촌 콘텐츠 제작자는 지난해에만 6배 넘게 증가했다. 

농민들이 앞다퉈 라이브커머스에 뛰어들어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다 보니, 신선식품 배송 비용이 커져 마진율이 낮아졌다. 또 농산물을 도시로 운송하기 위해서는 징둥물류나 알리바바그룹 산하 차이냐오 같은 대형 물류업체에 의존해야 하는 데다가, 농산물 직판에 따른 소비자 불만도 직접 대응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생겨났다. 

하지만 주문량 증가, 충성고객층 확대에 따른 수익 증가로 이 같은 리스크는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 中 공산당 '농촌진흥' 정책에도 일조

농촌 진흥을 중점 사업으로 두고 있는 중국 공산당도 농촌 라이브커머스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올해 '중앙1호 문건'에서 강조한 것도 농촌 진흥과 농업 현대화다. 매년 중국 공산당의 최대 중점 사업을 담은 '중앙1호 문건'은 올해로 벌써 18년째 '삼농(三農, 농업·농민·농촌)' 문제를 언급했다. 특히 농촌 지역의 전자상거래 보급 확대는 농촌 진흥 발전을 위해 중국이 수년 전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다. 

더우인이나 알리바바 같은 인터넷기업들도 중국 공산당의 정책에 보조를 맞춰 농촌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키워왔다.

하오량 싱가포르경영대(SMU) 금융학과 부교수는 블룸버그를 통해 "농업은 여전히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로, 전체 노동력의 4분의1을 고용하고 있다"며 "농업 발전은 중국의 포용적 성장 전략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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