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구글 인앱결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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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1-07-1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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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고(故) 김대중 대통령(당시 대통령 후보)을 전담 취재할 때의 이야기다. 당시 그가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말이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쥬라기 공원’ 한 편이 올린 수익이 현대자동차 200만대를 판매한 것과 같다고. 김대중 대통령은 이후에도 콘텐츠 산업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강조해왔다고 한다.

30년이 지난 현재, 한국의 콘텐츠 산업은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웹툰과 웹소설이 대표적이다. PC, 모바일에 맞는 디지털 방식의 만화를 뜻하는 ‘웹툰(WEBTOON)’은 한국 기업이 만들고 사용하면서 세계로 전파된 단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보유한 주요 웹툰은 만화 종주국인 미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동남아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대표작 ‘노블레스’, ‘갓 오브 하이스쿨’, ‘신의 탑’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미국과 일본, 한국에서 방영됐고, ‘스위트홈’이라는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출시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무엇보다 네이버, 카카오가 전 세계 최초로 웹툰 사업 생태계를 조성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는 웹툰 작가에게 원고료 외에 광고, IP(지식재산) 사업으로 발생한 수입을 제공한다. 인기 작가는 월 수억원대의 수익을 올린다. 이를 본 유망 작가가 생태계에 합류하고, 이들이 만든 작품이 이용자를 불러오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는 북미 웹소설, 웹툰 플랫폼들을 연이어 인수하며 ‘아시아의 디즈니’가 되기 위해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K-콘텐츠’가 세계로 뻗어 나가던 중 암초를 만났다. 구글이 오는 10월부터 앱마켓에 결제 수수료가 30%인 인앱결제를 의무화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웹툰, 웹소설, 음원 등 모든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가 적용대상이다. 신용카드, 체크카드, 휴대폰 결제 등 외부 결제 수단을 이용할 경우 결제 수수료가 1~3%인 것에 비해 인앱결제의 수수료가 너무 높아 웹툰, 웹소설업계와 종사자들은 구글의 인입결제 의무화에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이훈영 툰플러스 대표는 “(구글의 인앱결제로) 일본에서 제 웹툰이 100억원 넘게 팔렸는데, 정작 저와 그림작가가 가져간 돈은 20억원도 되지 않았던 반면 구글은 일본에서만 30억원을 가져갔다“고 밝혔다. 웹소설 작가인 김민주씨는 “카카오페이지에서 작가가 현재 38.5%의 매출을 가져가는데, 여기에 구글 수수료까지 더해지면 작가가 가져가는 매출분은 30% 초반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내 콘텐츠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10월 전에는 반드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단독으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빅테크 기업을 규제했을 때 발생할 후폭풍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은 국회에 구글 갑질 방지법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앱마켓 사업자를 직접 규제하는 법안이 전 세계적으로 전무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는 앱마켓 규제법의 실효성과 부작용 등을 참고할 사례가 없다는 의미다. 미국 일부 주에선 앱마켓 규제법이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폐기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최근 웹툰, 웹소설업계와의 간담회에서 구글 갑질 방지법이 통과더라도 또 다른 어려움이 올 수 있음을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다. 그에 맞는 새로운 거래 방식과 무역 질서들이 형성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이 추세는 더 가속화하고 있다. 구글, 애플과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과의 마찰은 앞으로도 더 자주 발생할 것이다. 구글의 인앱결제 문제는 단순히 법으로 특정 기업의 사업을 막는다는 관점이 아닌 이해관계자 간의 새로운 형태의 질서를 형성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IT모바일부 정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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