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오는 23일 일본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둔 가운데 한·일 양국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 및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고 마지막까지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한·일 양국은 정상회담의 세부 형식과 시간 등에 대해 실무 조정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이견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개막식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문 대통령의 방일과 정상회담 개최 여부도 이르면 내주 결론 낼 것으로 보인다.
1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경우 양국 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요구했고, 일본 정부도 이를 수용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또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때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동행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양국 정부는 정 장관이 8월쯤 일본을 다시 방문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는 일정도 조율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일본 정부는 문 대통령이 방한을 결정하더라도 15~20분 정도의 약식회담만 할애하겠다는 입장이다.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외국 정상을 10명 이상으로 감안하면 정상 한 사람당 15~20분 정도 회담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한·일 간 산적한 안건들을 논의하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으로, 정상회담이 실시돼도 실속 없이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회담이 성사될 경우 양국의 정상회담은 약 1년 7개월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이날 지지통신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간부는 "본격적인 정상회담에는 응할 수 없지만 짧은 시간이라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현안을 다루는 회담엔 접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반면 한국은 약식회담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때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방한했을 약 1시간가량 회담을 했다. 이번 회담도 1시간 정도는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도 올림픽 외교 성공을 위해서는 한·일 정상회담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최근 강경 노선을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도쿄올림픽 외교에 차질이 예상되자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라도 내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뒤늦게 한국 정부가 필요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현재까지 각국 정상 중 참석이 확정된 곳은 다음 하계올림픽 개최지(2024년)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정도다.
최근 일본의 언론매체들도 연일 '일본 정부가 문 대통령이 방일하면 만나줄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다. 지난 6일 산케이신문은 한·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문 대통령의 방일이 성사되면 스가 총리가 취임 후 첫 대면 한·일 정상회담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15일에도 요미우리신문은 문 대통령의 올림픽 참가 의사에 따라 한·일 간 의전 및 일정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스가 내각이 한·일 관계 개선 문제를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의 '과반 확보 실패'를 만회하는 정치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일본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사실상 패하면서 자민당 내부에서는 스가 총리를 간판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림픽 외교에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을 경우 스가 총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