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아는 사람이라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로 10년이 지난 후, 집주인이 소멸시효를 주장하며 전세금 반환을 거부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10년 전 주택 임차권등기를 한 세입자는 이를 근거로 소멸시효 무효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 같은 경험을 한 세입자들은 기간과 정신적 손해가 상당하다고 토로한다.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임차권등기명령은 시효중단 효력이 없다"며 "전세금이 소멸시효로 사라지지 않으려면 가압류를 해 두거나 내용증명 등으로 반환독촉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차권등기명령이란 전세금 돌려받기기 힘든 상황에서 이사 갈 때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시키기 위한 제도다. 법도 전세금반환소송센터의 일부 통계에 따르면 전세금반환소송 310건 중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201건으로 조사됐다.
엄 변호사는 "부동산 등기부에 가압류 등이 등기되어 있으면 소멸시효는 중단되기 때문에 보증금 채권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임차권 등기는 부동산 등기부에 등기되기는 하지만 압류나 가압류와는 법적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10년이 지나면 보증금 채권은 소멸시효 완성으로 사라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차권등기명령을 한 뒤 10년이 경과해 보증금을 청구했으나 패소한 판례가 있다(2017다226629 판결). 이 판결에 따르면 세입자 A는 집주인 B를 상대로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임차권등기와 상관없이 채권이 사라졌다고 판결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임차권등기는 이미 취득한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담보적 기능을 주목적으로 한다. 반면 압류, 가압류, 가처분은 구체적인 집행행위, 보전처분의 실행을 주목적으로 하므로 양자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민법의 시효중단사유인 압류, 가압류, 가처분과 달리 임차권등기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10년 소멸시효로 보증금이 사라지지 않으려면 지속적인 독촉이 중요하다. 엄 변호사는 "소멸시효를 중단 시키려면 임차권등기명령 이 아니라 가압류를 해야하고, 가압류를 하지 않았다면 내용증명 등으로 지속적으로 독촉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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