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유력 정치 인사들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IT업계의 핵심 현안에 주목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존폐 갈림길에 선 ‘게임 셧다운제’ 개선에 힘을 실었고, 이낙연 전 대표는 구글 인앱결제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내비쳤다. 윤석열 전 총장은 반도체, 블록체인 분야 관계자들을 차례로 만났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게임, 웹툰을 포함한 IT·콘텐츠 산업이 주목받자, 정치인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IT 분야 지식을 쌓고, 미래 산업이슈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이준석 대표는 13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온라인으로 개최한 ‘게임 셧다운제 폐지 및 부모 자율권 보장’ 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현행 셧다운제의 경우 해외 게임, 모바일게임이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10년 정도 제도가 유지해왔음에도 여가활동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는 연구도 빈약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의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도 살펴봐야 하고, 산업 측면에서도 게임을 너무 죄악시하는 게 아닌지, 셧다운제가 차별 없는 규제는 아닌지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며 “당이 대선 공약을 만들 때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셧다운제는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청소년의 PC온라인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규제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이 규제로 인해 한국에서만 19세 이용 제한 게임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이자 폐지론이 급부상했다. 셧다운제를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10일 만에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 대표는 2018년 당시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던 시절에도 “셧다운제가 (대법원에서) 합헌 결정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규제를 앞으로도 지속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청소년들이 과도하게 게임에 몰입하는 이유는 셧다운제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놀이문화의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최소한의 비용, 좋은 접근성의 여가 활동이 게임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8일 웹툰·웹소설 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구글의 인앱결제 문제에 관한 의견을 청취했다. 구글이 오는 10월부터 의무화하는 앱마켓 인앱결제는 외부 결제 방식 대비 수수료율이 높아 국내 인터넷, 콘텐츠업계, 스타트업이 강하게 반대하는 업계 최대 현안이다. 구글 앱마켓을 규제하는 법안은 현재 국회에 7건이나 발의됐다.
이낙연 전 대표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로) 디지털 콘텐츠 가격이 올라가 소비가 위축되고, 제작에 영향을 주어 콘텐츠 질이 떨어지고,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된다는 걸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말하며, 여당이 구글에 대응해나갈 것을 시사했다.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 5월 IT·블록체인업계 청년 기업가와 얘기를 나누고, 같은 달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찾아 정덕균 전기정보공학부 석좌교수, 이종호 연구소장과 만났다.
정치권 유력 인사들이 IT 산업 현안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두고, 업계의 위상이 이전보다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K콘텐츠’로 불리는 게임, 웹툰을 포함한 국내 콘텐츠 기업의 수출액은 2019년에 101억8902달러(약 11조5500억원)를 기록했다. 콘텐츠 수출액이 100억 달러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콘텐츠 산업의 종사자 수는 2015년 약 62만명에서 2019년에 68만명을 돌파,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준석 대표는 국내 게임 산업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수출 산업 중 하나이며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웹툰 사업 최전선에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코스피 시장에서 시가총액 3, 4위를 다툴 정도로 기업가치가 급등했다. 국내 1위 게임사 넥슨은 지난해 12월 일본 증권시장에서 처음으로 시가총액 30조원을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만화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며 “정치인들은 상대적으로 IT업계 이슈에 취약해 업계 종사자들과의 간담회를 하면 관련 지식을 쌓을 수 있고, 미래 먹거리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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