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유래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수도권에서 시작한 ‘4차 대유행’이 비수도권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전국적인 방역 강화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델타 변이는 일상 속 작은 접촉만으로도 빠르게 확산돼 신규 확진자가 순식간에 늘어날 수 있는데, 7~8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수도권 인구의 비수도권 이동에 따라 전국적으로 감염 확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일주일간 국내에서 주요 4종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는 53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델타 변이 감염자는 374명으로 신규 변이 감염자의 69.8%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영국발 알파 변이 감염자는 162명으로 조사됐다.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의 감염경로는 국내가 395명, 해외유입이 141명이었다.
국내감염 사례에 해당하는 395명 중 델타 변이 감염자는 250명(63.3%), 알파 변이 감염자가 145명(36.7%)으로 나타났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변이 바이러스가 굉장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이나 유럽에는 8월 말 90%가 델타로 바뀔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면서 “최선을 다해서 유행을 통제하고 있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8월쯤에는 우점화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델타 변이의 경우 전파력이 강력하기 때문에 초반에 확산세를 잡지 못한다면 우점화될 가능성은 시간문제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 비수도권 30% 육박···“방역 기준 낮은 곳으로 이동, 풍선 효과 발생 우려”
수도권 중심에서 전국적으로 확산세가 퍼지면서 대전·충청권, 부산·경남권, 제주권의 환자가 증가하는 등 비수도권의 유행도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지난 13일 0시 기준 지역별 확진자를 살펴보면 서울(414명), 경기(313명), 인천(67명) 등 수도권이 72.9%를 차지했다. 수도권 지역발생 확진자는 지난 7일부터 닷새 연속 900명대를 기록했다가 전날부터 700명대로 떨어졌다.
오히려 비수도권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경남 49명, 부산 47명, 대구 36명 등 총 303명(27.6%)이다.
비수도권 비중은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22.1%→22.7%→24.7%→27.1%→27.6%를 나타내며 3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김희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2총괄조정관 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를 통해 “국내 발생 일평균 확진자 수가 지난주(6월 27일~7월 3일)와 비교해 51%나 급증했고 감염재생산지수도 1.20에서 1.24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확진자 접촉이나 감염경로를 조사 중인 비율이 80%에 이르고 델타 변이가 전체 변이 바이러스 검출 건수의 63%를 차지하는 등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하루 300명 내외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비수도권도 매우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본부장은 “상대적으로 방역 기준이 낮은 곳으로의 이동이 증가하는 풍선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면 비수도권으로의 유행 확산도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4차 유행은 델타 변이라는 변수가 있어 확진자가 굉장히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수도권만 거리두기를 할 게 아니라 비수도권 역시 거리두기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이어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에 해외 입국자 역시 백신 접종을 완료했더라도 격리를 해야 하고,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선제 검사 건수 역시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천 교수는 “정부 역시 빠른 백신 수급을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역당국과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지난 13일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국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신규 확진자는 총 1440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같은 시간에 집계된 1007명보다 433명 많다.
이는 이미 국내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최다 기록이다.
14일 0시 기준으로 발표될 신규 확진자 수는 이보다 더 늘어 최소 1500명대, 많게는 1600명대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 ‘델타’ 이어 남미발 ‘람다’ 전세계 경보
람다 변이는 아직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우려 변이’에 속하진 않지만 치사율이 높아 각국으로 퍼져나갈 경우 파급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김은진 방대본 검사분석팀장은 “람다 변이는 WHO에서 기타 변이로 지정을 하고 있다”면서 “페루에서 처음 시작됐고, 페루를 비롯한 남미 지역에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연구결과에 따르면, 백신 및 현재 사용되는 치료제가 어느 정도 유효하다는 판단은 있지만, 근거자료를 더 조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1일(현지 시각) 인도 매체 힌두스탄 타임스는 현지 한 내과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델타는 골칫거리고 델타 플러스는 드문 변이인데, 진짜 걱정되는 건 람다 변이”라고 전했다.
람다 변이는 지난해 8월 페루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지금까지 감염 확산의 주범으로 꼽힌다.
WHO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페루에서 발생한 전체 코로나19 확진자의 81%가 람다 변이 감염자다.
지난 9일 기준 페루 내 누적 확진자는 207만4186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19만3909명이다. 치명률은 9.3%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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