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합종연횡] 코로나 격변기…이종산업도 이해만 맞으면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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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1-07-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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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등으로 인해 산업계가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초대기업들 역시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계에서는 이종(異種) 간 기업이 협업하는 사례가 종종 목격된다.

협업의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자사 유통채널 외에도 제품을 최대한 많이 노출하기 위한 목적의 협업도 있고, 4차산업 시대에서 여러 분야를 커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힘을 합치기도 한다.

산업계는 이런 움직임을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전략으로 본다.

기업의 선택에 따라 이뤄지는 협업은 각자의 이해관계를 철저하게 따지는 게 기본이다. 그러나 협업을 이어가다 보면 그룹 혹은 기업 단위로 잦은 협업을 보이는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에서도 장기간에 걸쳐 흥미로운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바로 삼성과 SK, LG와 애플이 그 주인공이다.
 
삼성-SK, 공동사업으로 상호호혜적인 관계 구축
삼성전자와 SK매직은 지난 5월 각사의 가전제품과 렌털 서비스를 활용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SK매직은 지난달 23일 ‘스페셜 렌털 서비스’를 출시하며 렌털 구독 서비스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렌털 서비스를 통해 삼성전자는 팬매 채널을 확대하고 SK매직은 대형 가전을 위한 전문적인 방문 관리 서비스를 결합한 렌털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

SK매직은 삼성전자의 세탁기, 건조기, 의류청정기, 에어컨, 냉장고·김치냉장고 등 5개 제품군, 총 17개 제품을 대상으로 렌털 방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SK매직 관계자는 “양사의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업계를 선도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계기”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렌털 시장에서의 리더십 강화 및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속해서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매직의 협업은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에 따른 펜트업(수요 분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각자가 보유하지 않은 사업영역을 보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SK매직의 렌털 계정을 활용해 자사 제품이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당장 렌털 사업에 직접 뛰어들기보다는 협업을 통해 다양한 유통경로를 확보해 시장 내 자사 제품을 늘려나가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K매직의 경우 정수기, 식기세척기, 공기청정기 등 중소형 가전에 더해 삼성전자의 대형가전을 렌털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SK매직은 삼성전자와의 협업 소식을 알리며 앞으로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을 통해 사업을 ‘서비스 플랫폼’으로 확장해 ‘렌털 구독 서비스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SK매직 관계자가 자사 렌털 서비스와 삼성전자 제품을 결합한 '스페셜 렌털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SK매직 제공]
 

이어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워커힐 호탤앤리조트와의 협업을 발표했다. 빔프로젝터 ‘더 프리미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워커힐은 SK네트웍스가 운영하고 있다.

지난 12일 워커힐 내 투숙객 전용 야외 피크닉 공간인 ‘포레스트 파크’에 조성된 ‘포레스트 시네마’는 올해 말까지 운영될 계획이다.

더 프리미어는 최대 130인치 초대형 화면과 4K 고화질을 제공하며, 9시리즈에는 빛의 3원색을 각각 다른 레이저 광원으로 사용하는 ‘트리플 레이저’ 기술이 적용돼 풍부하고 정확한 색상 표현이 가능하다.

이번 협업 역시 양측에 상호호혜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워커힐 내 포레스트 파크 방문객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워커힐과의 협업 이전에도 신라호텔, CGV, 안성베네스트 등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비스포크를 비롯한 자사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바 있다.

또 워커힐로서는 포레스트 파크 내에 포레스트 시네마를 운영하면서 고객 유치를 위한 홍보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협업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황태환 삼성전자 한국총괄 전무는 “최근 홈엔터테인먼트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더 프리미어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뜨겁다”며 “앞으로도 삼성전자의 라이프스타일 TV를 체험할 수 있는 소비자 접점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모델이 그랜드 워커힐 서울호텔 내에 마련된 '포레스트 시네마' 체험존에서 빔프로젝터 '더 프리미어'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LG, 다각적인 협력으로 현재와 미래 모두 챙긴다
LG그룹은 미국 애플과 긴밀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애플은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이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고객사다.

일각에서는 이 기업들의 수익 구조가 애플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의 실적이 애플 아이폰 판매 실적과 같은 궤도를 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폰은 최근 내놓는 제품마다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월간 스마트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폰12 시리즈 누적 판매량은 지난 4월에 1억대를 넘어섰다. 출시 후 7개월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또 14일(현지시각)에는 애플이 최근 납품업체들에 아이폰13 초기 물량을 9000만대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최근 유지해오던 아이폰 초기 생산량(7500만대)보다 20% 증가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올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나오는 아이폰에 대한 애플의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하나의 사업이 아닌 제품을 위해 협력하는 LG와 애플은 ‘한 배’를 탄 셈이다. 애플은 좋은 부품을 공급 받아 프리미엄 모델의 가치를 올려야 하고, LG 계열사는 아이폰이 잘 팔려야 많은 부품을 판매해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런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LG전자가 이달 말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사업에서 철수하면 ‘LG맨’들은 앞으로 어떤 기업의 제품을 선택할지가 한때 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LG그룹 내부에서는 삼성전자와의 경쟁 관계, 애플과의 거래 관계 등을 고려해 삼성 갤럭시보다는 애플 아이폰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한다.
 

애플 아이폰12 프로 맥스. [사진=애플 제공]
 

LG전자가 지난해 말 마그나 인터내셔널과의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한 것도 재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지난 1일 공식 출범한 LG전자와 마그나의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역시 대표적인 협업사례로 언급된다.

최근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가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면서 전자업계와 자동차 부품업계의 접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아졌다.

LG전자가 전기차용 파워트레인 제작을 위해 글로벌 3위 자동차 부품기업인 마그나와 합작해 설립한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LG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꼽고 있는 ‘자동차 전장’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LG그룹은 지주사 ㈜LG가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에 1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하고,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입중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이 LG화학에서 분사하는 등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큰그림을 완성시켜 나가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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