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간) 미군이 20년 가까이 주둔해왔던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를 조용히 떠났다. 그러자 가장 먼저 찾아온 이들은 다름 아닌 약탈꾼들이었다. 이 사실은 로이터통신·뉴욕포스트 등 외신을 통해 전세계로 타전됐다.
바그람 기지는 1950년대 냉전시대에 지어졌다. 1979년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 침공할 때 점령 거점으로 활용됐고, 1990년대 중반부터는 탈레반 통제를 받기도 했다. 미군은 2001년 바그람 기지를 장악한 뒤 군사작전 핵심 지역으로 활용해왔다. 한때 우리나라 다산부대도 이곳에 머물렀다.
미군이 바그람 기지에서 철수하자 아프가니스탄 북부 바다크샨에서는 정부군 1000여명이 탈레반에 쫓겨 타지키스탄 영토로 도주했다.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타지크-아프가니스탄 국경 수비 지원을 부탁했다.
미국은 현행 주한미군 병력을 감축하는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미국 하원 소속인 공화당 마이크 갤러거 의원과 한국계인 민주당 앤디 김 의원 등 6명은 지난 6월 25일 초당적으로 '미·한동맹 지원 법안'을 발의했다.
핵심은 주한미군 규모를 2만20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데 국방부 예산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법이 오히려 주한미군 감축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안에 언급된 2만2000명이 미국 국방수권법상 주한미군 규모인 2만8500명에 비해 6500명 적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하한선을 현행 수준보다 낮춰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려 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이 집요하게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는 이유는 미국이 북한이 아닌 중국을 견제하는 것을 우선하고 있어서다.
미국 국방인력데이터센터(U.S. Defense Manpower Data Center)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해외주둔 미군 병력은 일본이 5만5165명으로 가장 많았고 독일 3만4674명, 한국 2만6184명, 이탈리아 1만2353명, 영국 9394명 순이다.
세계 3위 규모인 주한미군은 1953년 10월 1일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 중이다. 1955년 8만5500여명에 달하던 주한미군은 지속적인 감축을 거쳐 오늘날 2만6184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지난 3월 인준 청문회에서 "(한국 방위에 대한) 약속은 병력의 '마법 숫자'나 특정 역량에 얽매이지 않는다"며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52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는 2008년 이후 매년 공동성명에 담겼던 '주한미군 유지 조항' 문구가 12년 만에 빠졌다.
주한미군 감축 자체는 크게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 내 북한 핵(核) 리스크가 현저히 감소하거나, 한·미 간 전략적 판단이 일치했다는 전제가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현재 한반도 상황을 보면 주한미군 감축은 북한에 핵을 포기하지 않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미동맹은 북한 무력 도발 억제 외에도 국방에 드는 예산을 경제에 온전히 쏟을 수 있다는 데 있다. 해외주둔 미군 병력 규모 톱5 사례만 봐도 확연한 대목이다.
일본·독일·이탈리아·영국은 주요 7개국(G7) 멤버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세계 10위권으로, 지난 2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57년 만에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미군 주둔으로 안보와 경제 분야에 혜택을 누려왔음이 명확함을 알 수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대하는 자세'라는 언론 기고문에서 "주한미군 감축 검토 자체가 북한에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연합 연습·훈련 등을 한반도 평화 장애 요인으로 주장해 온 자신들 전략이 주효하고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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