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이른 무더위에 에어컨 풀가동...예비 전력은 ‘텅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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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07-1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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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말 예비율 10% 미만 예상, 지난해보다 한 달 빨라

  • 올해도 역대급 무더위 예고, 전력 수요 비상 단계 예상

  • 2011년 블랙아웃 위기 우려...당국, 각종 대응책 마련

이른 무더위에 전기 곳간이 바닥을 보이는 중이다. 매년 더위가 절정일 때 냉방 등을 이유로 전력 수급량이 위험 수준에 달하지만, 올해는 평년보다 그 시기가 빠르다. 일각에서는 2011년 블랙아웃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월 말 예비율 10% 미만 예상...작년보다 한 달 빨라
1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대 전력 수요가 기준전망 89.3GW인 7월 넷째 주를 올해 여름 중 전력이 가장 부족한 기간으로 내다봤다. 이 기간 정비 중이거나 고장 난 발전기를 제외한 총 공급 능력은 97.2GW로 예비율은 8.8%(예비력 7.9GW)에 그친다.

상한전망으로 보면 최대 전력수요는 93.2GW까지 올라간다. 이때 예비율은 4.2%(예비력 4GW) 전력거래소는 예비력이 5.5GW 밑으로 내려가면 전력수급 비상단계를 발령한다. 각 비상단계는 예비전력 수준에 따라 준비, 관심, 주의, 경계, 심각으로 나뉜다. 7월 말부터 전력수급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예비력은 총 공급능력에서 현재 사용 중인 전력을 제외한 수치다. 예비율은 예비력을 수요로 나눈 백분율로 10% 이상이어야 발전기 고장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수준이다. 기준전망은 72시간 평균 기온을 29.4도로, 상한전망은 30.2도를 각각 적용해 전력 수요를 예상하는 것이다.
 

예비력 급락세는 전년보다 한 달이나 빠르다. 지난해 예비력이 10GW 밑으로 떨어진 날은 8월 25일이다. 올해 국내 전력 수급 실적은 7월 셋째 주부터 경고 신호를 보냈다. 서울 기준 7월 셋째 주 평균 기온은 12일부터 28.1도-28.8도-29.7도-29.1도-28.8도-29.1도-29.6도를 보이며 전력거래소 기준전망 내외 수준의 더위를 보였다.

기준전망 수준의 더위가 찾아오자 전력 예비율은 뚝 떨어졌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1일 36.1%를 기록했던 예비율이 12일부터 16일까지 11.8%, 10.1%, 10.7%, 10.9%, 11.2% 수준으로 대폭 하락했다가 17일과 18일 주말 동안 각각 27.5%와 25.5%로 회복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주말에는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요가 낮아지면서 예비율이 올라간다. 지난주에는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와서 에어컨 등 냉방을 위한 전력 수요가 많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7월 셋째 주 최대전력은 평일 기준 최저 8.5GW에서 최대 8.8GW를 기록했지만 7월 둘째 주 최대 전력은 최저 7.5GW에서 최대 8.1GW에 그쳤다.
 
이미 한 차례 겪은 블랙아웃 위기...올해도 만반의 준비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며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는 1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수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분간 더위는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당국은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전력난에 대비하는 중이다.

이날 기상청은 19일부터 10일간 날씨에 대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분포를 보이겠다. 오는 22일부터 23일은 내륙을 중심으로 35도 이상 오르는 곳이 많겠다. 높은 습도로 체감온도는 더욱 올라 매우 무덥겠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열돔 현상’ 영향으로 더위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뜨거운 공기를 품고 한국에 영향을 주고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만나면 지표면에서 열이 방출되지 못하고 기온이 올라가는 열돔 현상이 발생해 2018년 수준의 더위가 생길 수도 있다. 2018년 전국 폭염 일수는 31.4일로 111년 만에 가장 강한 더위를 보인 바 있다.

또한 도심을 중심으로는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면서 냉방을 위한 전력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부산, 경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해보다 이른 열대야를 겪었다. 기상청은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밤사이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못해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열대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1년 전력거래소는 길어진 더위로 인해 높아진 전력 수요를 못 버티고 블랙아웃(대정전) 위기를 겪은 바 있다. 2011년 8월 하순 예비율은 7%로 하락했다가 9월 중순 늦더위로 5%대까지 급락했다. 당시 당국은 전력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전력망이 다운되는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 순환 정전을 시행했다.

순환 정전은 전력 수급 비상 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 단계의 조치다. 단전 1순위는 주택·아파트·일반상가, 2순위는 다중이용시설 공급선로·산업용 일반·산업용 공단, 3순위는 농어업·축산업·양식장·대규모 산업용(66㎸ 이상) 등 순이다.

이른 전력난 경고에 당국도 만반의 준비를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수급 비상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안정적인 전력수급 달성을 위해 8.8GW의 추가 예비자원을 확보한 상태다. 또한 예방 정비 중인 부산복합 4호기와 고성하이 2호기 등 화력 발전기 시운전 일정을 전력 피크 주간으로 조정했다. 이달 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화재 사고로 중단됐던 신고리 4호기에 대한 재가동을 승인하면 공급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도 전력 수급에 투입된다. 산업부는 “태양광을 통해 전기를 충전한 ESS(에너지저장설비)의 방전 시간을 전력 피크 발생 시간으로 변경하고 전력수요를 의무감축하거나 공공 비상 발전기 등도 적기에 투입하는 등 추가 예비자원을 활용해 전력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다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공공 기관과 민간 기업에는 여름철 전력 수요 절감을 위해 휴가 분산 운영이나 탄소중립 생활실천 캠페인 등을 장려했다.

전력거래소도 전력 수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유동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비상 단계에도 큰 차이를 못 느낄 수 있다. 전력거래소는 비상 단계에서 공급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발전기 출력을 높이거나 변압기를 조정해 수요를 줄이는 등 단계별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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