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 여론조작을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21일 나온다. 대법원이 징역 2년을 선고한 2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면 김 지사는 도지사직을 잃고 바로 재수감 된다. 반대로 댓글 조작 혐의까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면 도지사 재선을 노릴 수 있다.
20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1일 오전 김 지사의 상고심 선고공판을 연다. 지난해 11월 상고심이 접수된 지 8개월 만이다.
김 지사는 '드루킹'으로 불리는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자동화 프로그램 '킹크랩'으로 포털사이트 댓글을 조작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자신이 출마한 2018년 6·13 지방선거를 돕는 대가로 2017년 말 김씨 측에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있다.
1심은 혐의 모두를 유죄로 봤다. 댓글 조작 혐의에 징역 2년형을 내리고 김 지사를 법정에서 구속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댓글 조작 혐의만 유죄로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징역 2년을 선고했지만 보석으로 풀려난 김 지사를 구속하지는 않았다.
상고심 핵심 쟁점은 김 지사가 킹크랩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다. 김씨 측이 개발한 킹크랩은 자동으로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 순위를 조작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김 지사가 킹크랩을 몰랐다면 무죄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지사가 킹크랩 개발 과정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판단한다. 김 지사가 일찌감치 킹크랩 존재를 알고, 김씨 측과 댓글 조작을 공모했다는 주장이다. 그 근거로 2016년 11월 9일 드루킹과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이 경기도 파주 사무실에서 킹크랩을 시연할 때 김 지사가 참관했다는 점을 든다.
김 지사 측 주장은 다르다. 김 지사가 당시 파주 사무실에 가긴 했지만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한 건 아니며, 프로그램에 관한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반박한다. 2심 재판부는 김 지사가 시연회를 참관했다고 판단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도 쟁점이다. 특검은 김 지사가 김씨 측에 센다이 영사직을 제안한 건 지방선거 댓글 조작의 대가라고 봤다. 반면 2심은 지방선거와 무관한 대선 지원에 대한 보답으로 봐야 한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이 댓글 조작 혐의만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확정하면 김 지사는 지사직 상실과 함께 구속 수감된다. 형이 끝난 뒤 5년간 선거에 나갈 수도 없다. 선출직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사사건은 금고형 이상 확정판결이 나오면 직을 잃는다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내는 파기환송은 크게 두 가지로 나올 수 있다. 댓글 조작 혐의를 무죄로 보거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로 판단해 환송하는 것이다. 업무방해 혐의도 무죄 취지로 나온다면 김 지사는 기소 후 3년여 만에 기사회생해 도지사 재선에 도전할 수 있다.
김 지사는 선고 당일 연가를 냈다. 관사에 머무르며 결과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애초 이번 주 내내 여름휴가를 갈 예정이었지만 장인상과 대법원 선고,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