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PEF) IMM 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와의 이번 협상 뿐만 아니라 △LG와 LX 그룹 △SK네트웍스 △롯데 그룹 △신세계 그룹 △현대백화점 그룹 등 전략적투자자(SI)와 해외 PEF 칼라일, 국내 1위 PEF인 MBK파트너스 등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협상도 주도했다.
최 전 회장은 1979년 한샘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15년 만에 한샘의 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후 25년간 대표이사 자리에서 한샘을 이끌어왔고, 2020년 현재 대표이사인 강승수 회장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그는 한샘 M&A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딜은 최양하 전 회장이 알파이자 오메가였다"면서 "최 전 회장이 주도했기에 그를 설득하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전달했다.
때문에 이번 M&A 과정에서 '가격'만이 주요 변수는 아니었다. 비가격적 요소도 상당한 변수였다. 최 전 회장은 부엌가구 전문 업체인 한샘이펙스의 최대주주다. 한샘이펙스는 한샘 의존도가 상당한 회사다. 지난 2019년 한샘이펙스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1129억원이었는데, 그 중 한샘 그룹 발 매출은 전체 매출의 47.9%에 해당하는 541억원이었다.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는 비가격적인 요소도 오갔다고 전해진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협상 과정에서 경영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면서 "게다가 한샘이펙스의 물량을 보장해달라고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M&A 과정이 다른 통상적인 딜과는 상당히 다르게 흘러갔다. 물론 다른 M&A 과정에서도 비가격 요인이 다뤄진다. △고용 승계 여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 △최대주주의 재투자 여부 △지배 구조 변경 시 타 법인의 주주총회 통과 여부 등이 대표적인 가격 이외의 변수들이다.
이 중 고용 승계에 관해서 M&A 경험이 있는 한 관계자는 "임직원 고용 승계 조건이 있는 경우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CEO, CFO 등 소위 C-Level(경영진을 통칭하는 표현)의 경영권을 보장해달라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설명했다.
M&A의 절차 중 '진술 및 보장'은 이 같은 다양한 변수를 조율하며 거래를 평탄화(Smoothing)시킨다. 하지만 최 전 회장의 요구 사항은 변수가 아닌 '상수(常數)'였기에 조율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거래 과정에서 최 전 회장은 조창걸 명예회장의 지분을 높은 가격에 팔았을 뿐만 아니라 본인의 실속도 충분히 챙기는 방향으로 딜을 진행해왔다"면서 "최 전 회장의 요구 조건이 과했던 탓에 그 동안 진행됐던 협상들은 꾸준히 결렬됐다"고 말했다.
이어 "IMM PE가 앞으로 한샘을 어떻게 키울지 미지수"라며 "IMM이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진을 통제할 수도 있겠지만, 리스크가 있는 거래임은 확실하다"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한샘을 이케아 급으로 키우지 않는 이상 IMM PE는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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