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광클] 막판에 맘바꾼 文정부...'소마 망언'이 그렇게 용납하기 어려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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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1-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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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설마설마했다. 끝내 갈 줄 알았다. 막판에 터진 대형 변수에도 '통 큰 결단'을 내릴 줄 알았다.

어쩌면 죽창가를 부르며 극일·반일 여론을 주도해온 문재인 정부에 너무 큰 기대를 건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첫 대면 기회가 될 뻔했던 도쿄(東京)올림픽 개막식에 끝내 가지 않기로 했다.

미흡한 성과가 벌써 예고됐을 뿐더러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 막말 파문이 막판 결정타로 작용했다.

외교가의 충격은 작지 않았다. '엄중한 기류'라는 정부 당국자의 전언에도 "그래도 갈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동시에 "가는 게 맞는다"는 판단이 다수였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일본 정부의 언론플레이(여론몰이)까지 여러모로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관계가 틀리지는 않다. 처음부터 정상회담에 열의를 보인 것은 한국 쪽이었다. 스가 정권은 양국 갈등 상황과 도쿄올림픽 이후 자민당 총재 선거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회담 성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뿐 아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측과의 회담 관련 실무 협의를 자국 언론에 흘리며 계속해 한국 측이 회담에 일방적으로 목을 매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참다못한 한국 정부는 주말 저녁 돌연 익명의 외교부 당국자 명의로 일본 정부의 이런 작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마 공사의 막말 파문까지 터졌다. 문 대통령의 대일(對日) 외교를 비판하며 등장한 '마스터베이션(자위)'이라는 표현은 그간 쌓여온 반일 여론을 더욱 심화하기에 차고도 넘쳤다. 정상회담 협의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을(乙)'을 자처했던 한국에 주도권까지 쥐여줬다.

문 대통령 방일을 최종적으로 결정지어야 했던 지난 19일 아침까지도 일본 매체의 한·일 정상회담 관련 단독 보도가 이어지며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거듭 참고 참아왔지만 일본의 무례가 역치를 넘어선 셈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일본에 갔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잘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일본 정부의 갖은 언론플레이에도 스가 총리와 만나 양국 관계 개선에 나섰어야 했다.

그래야 할 말이라도 생겼다. 지난 임기 동안 반일 여론을 주도해 1965년 수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한·일 관계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지만, "우리도 이만큼 노력했다"는 최소한의 항변을 위한 행동에 나섰어야 한다.

일본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도, 일본 외교관의 모욕적인 언사에도, 국내 반대 여론에도 문 대통령이 스가 총리와 회담하려는 의지를 끝까지 보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또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문재인 정부 의지의 진의를 의심하는 국내외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한·일 정상회담은 열렸어야 한다. 예상되는 성과가 없어서 방일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의심을 해소하는 것만으로 양국 관계가 진전됐으리라 판단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국내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한·일 관계 자체의 중요성보다는 남북 관계에서의 일본 역할을 무시하지 못해 관계 개선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이런 와중에 하물며 일본이 한국의 진의를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결국 문 대통령이 방일을 포기하면서 한국이 정말로 일본 정부의 언론플레이에 말려든 꼴이 됐다. 청와대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득이 주요 변수로 작용한 것은 아닌지, 소마 공사 발언을 성과 없는 회담의 탈출구로 삼은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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