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은 역대 최대 수준의 호황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신규 상장 기업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지난해와 달리 규모와 흥행 면에서 모두 반전이 나타났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스팩(SPAC)과 재상장을 제외한 공모 기업의 수는 40개사로 전년(12개사)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코스닥시장에 36개사, 유가증권시장에 4개사가 입성하며 코스닥시장에만 12개사가 상장했던 지난해보다 대폭 증가했다. 공모 규모 역시 지난 6월 말 기준 약 5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650억원)보다 15배 이상 늘어났다.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IPO 시장이 침체됐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역대 최고 수준의 증시 호황이 이어지면서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도 급격히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영향이 없었던 지난 2019년의 경우 코스닥시장에 16개사, 유가증권시장에 2개사가 입성했다. 이때와 비교해도 올해 상반기 공모 규모는 2019년 상반기(1조950억원)보다 5배 이상 늘었다.
역대급 호황으로 수요예측과 청약에서도 진기록이 쏟아졌다. 6월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한 41개 기업 중 희망범위 하단에 공모가를 확정한 기업은 아모센스와 에이치피오 단 두 곳뿐이다. 공모가 상단은 15개사, 상단을 초과한 기업은 24개사로 수요예측에서 희망범위 이상의 공모가를 확정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증시 호황으로 물량 배정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이 앞다퉈 높은 가격을 써낸 결과다.
지난 4월 수요예측을 진행한 SKIET는 1882.88대1로 역대 최고 수요예측 경쟁률을 새로 썼다. 당시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은 모두 희망범위 상단을 넘어선 가격을 제출했다. 삼영에스앤씨(1762.39대1), 자이언트스텝(1691.65대1) 등 중소형 공모에서도 높은 경쟁률이 나타났다. 41개 기업 중 1000대 1 미만의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에이치피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진시스템, 아모센스 등 5개사에 불과했다.
일반 공모 청약에서도 사상 최고 기록이 나왔다. 연초 상장했던 엔비티는 4397.6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과 평균 청약 경쟁률은 각각 1309.4대1, 1289.16대1로 나타났다. 모두 2020년(828.9, 658.9), 2019년(579.3, 1029.9)보다 높은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IPO 규모가 역대 최대였던 2010년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2010년의 경우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등이 증시에 입성하며 공모 규모가 한국거래소 개장 이후 최대인 약 10조910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상장을 추진 중인 대어급 기업들은 지난 2010년 수준을 뛰어넘는다. 상반기 공모 시장의 SK바이오사이언스, SKIET에 이어 대형 공모들이 하반기 대기하고 있다.
수요예측이 진행 중인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에 이어 카카오페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외에도 현대중공업, 롯데렌탈, 넷마블네오, 일진하이솔루스 등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 중이다. 7월까지 스팩과 이전상장을 제외한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 기업은 5개사였다. 하반기에는 이미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7곳 이상의 기업이 유가증권시장에 등장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 등 상장예비심사가 진행 중인 기업까지 포함하면 코스피 신규 상장 기업이 20곳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8월부터는 숨가쁜 일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8월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계획 중인 기업들의 공모 규모는 공모가 상단 기준으로 크래프톤(4조3098억원), 카카오뱅크(2조5526억원), 롯데렌탈(8508억원), 한컴라이프케어(1137억원), 아주스틸(1047억원), 일진하이솔루스(4036억원) 등이다. 계획대로 상장이 추진된다면 8월 한달간에만 상반기 전체를 뛰어넘는 약 8조원의 공모가 이뤄질 전망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6월에만 신규 상장예비심사 청구 기업이 18개에 달하는 등 IPO 시장의 흥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올해 연간 공모금액 총 규모는 사상 최고 수준인 25조~30조원 수준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