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 신고제)' 국회 통과 1년을 앞두고 정부가 정책 효과에 대해 대대적으로 ‘자화자찬’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 진단과는 달리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전세가격은 우상향 움직임이 커지고 있고 전세 품귀 현상마저 심화되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와 시장의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인식 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서울 100대 아파트의 경우 3법 시행 전 임대차 갱신율이 1년 평균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57.2%)에서 시행 후 10채 중 8채(77.7%)가 갱신되는 결과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차인 평균 거주기간도 3법 시행 전 평균 3.5년에서 시행 후 약 5년으로 증가했다"며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이 그만큼 크게 제고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행 초기 혼선이 정상화 돼 가고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다르게 보고 있다.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6억2678만원으로, 지난해 7월 4억9922만원보다 1억2756만원 올랐다. 기존 임차인이 대부분 5% 이내에서 계약을 갱신한 것을 고려하면 새로운 전세 계약의 평균값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갱신계약과 신규계약 사이 전세가격이 큰 격차를 보이는 이른바 '이중가격' 현상은 이미 만연한 상황이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5㎡는 이달 7일 13억1250만원에 전세계약이 됐다. 같은 단지, 같은 주택형이 지난달 10일 23억원에 계약되며 신고가를 쓴 상태였다.
서울 성북구 래미안길음센터피스의 전용 85m² 전세도 5월25일에는 5억8275만원에 거래됐지만 불과 나흘 뒤인 같은달 29일에는 8억원에 계약됐다.
기존 세입자로선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계약을 연장할 수 있어 당장은 유리할 수 있지만 이들도 갱신한 계약 기간이 끝난 2년 뒤에는 대폭 오른 전세 시세에 맞춰 계약해야 한다. 아예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도 늘어날 전망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현재 전셋값 상승률은 거래 비중이 높은 갱신 물량까지 포함해 계산된 것"이라며 "신규 계약으로만 따지면 최소 평균 전셋값 상승률의 2배 이상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집주인과 세입자간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임대차계약 종료·갱신 관련 분쟁'은 법 시행 전 월평균 2건(2020년 1~7월)에서 시행 후 월평균 22건(2020년 8월~2021년 6월)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접수된 '임대차 기간' 관련 상담 건수도 같은 기간 384건에서 1240건으로 3.2배 증가했다.
전세난은 하반기에도 쉽게 진정되기 어려워 보인다.
임대차법 개정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전셋집에서 2년 더 거주하려는 세입자가 늘어나면서 전세 물건이 급감했고, 집주인들이 신규 전세의 경우 미리 보증금을 2∼4년 뒤 수준으로 올려 받으려 하면서 전셋값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전세 시장에 숨통을 틔워 줄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도 줄어든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입주자 모집공고 기준으로 3만864가구로, 작년(4만9411가구)보다 37.5% 적다.
올해 입주 물량 중 1만7723가구는 상반기에 입주를 마쳤고,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25.9% 적은 1만3141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윤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전·월세 시장은 안정적인 요인보다 불안 요인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재건축 이주 수요로 국지적으로 공급 충격이 있고, 입주 물량이 적은 데다가 줄어든 물량 중에도 전·월세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적어졌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