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0번째 재판에선 합병 당시 실사를 하지 않은 배경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22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전·현직 삼성 임원 10명에 대한 10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합병태스크포스(TF)에 파견돼 두 회사 합병에 관여했던 이모 삼성증권 부장이 증인으로 다시 한번 출석했다. 이 부장은 검찰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용 문건으로 지목한 '프로젝트 G' 작성자인 한모 전 삼성증권 팀장 후임이다.
앞선 재판에서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2014년 레이크사이드컨트리클럽 인수 때와 달리 2015년 양 사 합병 과정 땐 실사를 하지 않은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주가 아닌 이 부회장을 위한 합병이 아니었는지를 캐물었다.
증인으로 나온 이 부장은 상장사 합병은 비상장사 인수와 달라 실사가 필요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이 "레이크사이드 같은 비상장법인 지분 가치는 신뢰할 자료가 없는 반면 삼성물산·제일모직은 코스피 상장기업이고 합병이라 실사에 차이가 있지 않으냐"고 묻자 이 부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계열사 간 합병이라서 이미 상대 회사를 잘 아는 특수성도 있지 않느냐는 변호인 질문에도 "그렇다"고 동의를 표했다.
이 과정에서 변호인 측이 사전에 동의하지 않은 증거를 내놓아 검찰과 잠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변호인은 "검찰은 실사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아니다"면서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실사보고서를 제시했다. 그러자 검찰은 즉각 "해당 실사보고서는 변호인단 일부인 법무법인 화우 측이 부동의한 증거"라고 지적하며 반발했다.
다음 재판은 8월 12일 열린다. 재판부는 법원 휴정기(7월 26일~8월 6일)를 고려해 이같이 정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주도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2013년부터 프로젝트 G 문건에 따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벌이던 삼성이 2014년 고(故) 이건희 회장 와병으로 상황이 급변하자 계획을 바꿔 합병 등을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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