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의 얼굴로 나를 지나간다 / 눈구멍을 움막처럼 열어 둔 채 벙거지 하나 걸치고 / 매일매일 딴 세상으로 떨어지는 태양을 애도하면서” -‘재의 얼굴로 지나가다’ 중에서-
민음사가 오정국 시인의 신작 시집 <재의 얼굴로 지나가다>를 출간했다.
오 시인이 가볍고 투명한 물에 대비해 아래로 무겁게 가라앉는 진흙의 이미지에서 실존의 형상을 구하려 했던 <파묻힌 얼굴>(2011)과 세계와의 갈등에서 벗어날 수 없으나 맹목을 통해 생존 본능을 찾아보고자 했던 <눈먼 자의 동쪽>(2016)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이다.
이번 시집 <재의 얼굴로 지나가다>는 삶의 역동성 다음에 찾아오는 존재의 텅 빈 상태인 ‘허무’를 재의 이미지로 형상화해 영원에 도달하려 한다.
이찬 문학평론가는 추천평을 통해 “그는 제 삶을 에두르고 있는 무수한 사물에서 가시적인 실체나 현존하는 사용 가치를 보거나 찾으려 하지 않는다”라며 “도리어 저 사물들에 어떤 흔적처럼 남겨진 뭇 인간 군상의 구체적 실존의 감각, 나아가 저 실존적 시간의 깊이를 고스란히 되살려 생생하게 불타오르는 현재성으로 재구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1956년 경북 영양에서 태어난 오정국 시인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와 동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저녁이면 블랙홀 속으로>, <모래무덤>, <내가 밀어낸 물결>, <멀리서 오는 것들>, <파묻힌 얼굴>, <눈먼 자의 동쪽>, 시론집 <현대시 창작시론 : 보들레르에서 네루다까지>, <야생의 시학> 등을 펴냈다.
지훈문학상, 이형기문학상, 경북예술상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한서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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