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회장님들] ⑥'통행세·일감 몰아주기' LS 구자은·구자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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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1-07-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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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년간 계열사 구리 구매에 LS글로벌 끼워넣어

  • 255억원 상당 부당지원…8월 10일 첫 정식재판

  • 공정위 상대 과징금 취소소송 일부 승소 판결

LS그룹 차기 총수인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구자은 회장 등은 LS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2006년부터 13년간 총수 일가가 소유한 통행세 법인 LS글로벌에 255억원 상당의 일감을 지원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아주경제 DB]


LS그룹 차기 총수인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계열사들을 동원해 LS글로벌코퍼레이티드(LS글로벌)에 부당한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1년 넘게 재판을 받고 있다.

LS글로벌은 구자은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 12명과 LS가 100% 지분을 가진 회사였다. 전임 그룹 총수인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역시 같은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8월 10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구자은 회장과 구자홍 회장, 구자엽 LS전선 회장 등 LS 총수 일가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연다. 

지난해 8월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 이후 1년, 지난해 12월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 이후 8개월 만에 열리는 정식 재판이다. 정식 재판은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다. 형제지간인 구자홍·구자엽 회장은 물론 구자은 회장도 법정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구자은 회장 등은 2006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13년간 전선 계열사들이 LS글로벌을 통해서만 전기동(고순도 구리)을 사게 하는 수법으로 LS글로벌 측에 255억원 상당의 일감을 부당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정위, 2018년 통행세 과징금 부과·검찰 고발
LS그룹이 통행세 법인을 이용해 '일감 몰아주기'를 한 의혹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불거졌다.

공정위는 지난 2018년 LS그룹이 LS글로벌을 부당 지원한 정황을 포착하고 과징금 260억원을 부과하고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과징금 규모는 LS가 111억4800만원, LS니꼬동제련 103억6400만원, LS전선 30억3300만원, LS글로벌은 14억1600만원이다.

공정위는 LS글로벌이 총수 일가와 그룹 지주사 이익을 위한 회사로 기획·설립됐다고 봤다. 실제 2005년 12월 세워진 LS글로벌 지분 51%는 LS, 나머지 49%는 구자은·구자엽 회장 등 총수 일가 12명이 가지고 있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구자은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자신들 지분이 상당한 LS글로벌을 계열사 거래 과정에 끼워 넣고 중간 이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수백억원대 통행세 수익을 거두게 했다고 결론 내렸다. LS그룹은 이전까지 해외 생산자 등에게서 직접 수입 전기동을 사들였다.

구자엽 회장과 명노현 LS전선 대표는 2006년부터 2016년 12월까지 10년에 걸쳐 LS글로벌에서 4조원 상당인 수입 전기동 38만톤을 사들이면서 시세보다 비싼 마진을 지급해 약 870만 달러(87억원)를 부당 지원했다고도 봤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은 계열사를 동원해 통행세 법인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14일 경기 안양시 LS타워에서 ESG경영 비전 선포 기념사를 하고 있는 구자엽 회장. [사진=LS전선 제공]


통행세를 이용한 일감 몰아주기로 LS글로벌이 성장하자 LS그룹 총수 일가는 2011년 11월 LS글로벌 보유 주식 전량을 팔아치운다. 총 98억원 상당에 매각해 93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거뒀다. 이 자금은 총수 일가 경영권 유지와 승계 자금 등에 쓰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구자은 회장 등 총수 일가는 공정위가 조사에 들어가자 허위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LS전선 직원인 박모 부장은 2017년 11월 공정위가 수입 전기동 장기계약 자료 제출을 요청하자 LS글로벌의 마진 관련 내용을 삭제한 자료를 제출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해 6월 4일 구자엽 회장과 구자은 회장, 구자홍 회장 등 LS그룹 총수 일가 3명과 도석구 니꼬동제련 대표, 명노현 대표, 박 부장 등 6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양벌규정에 따라 주식회사 LS와 니꼬동제련·LS전선 등 3개 법인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서울고법 "불공정거래 맞지만 과징금 산정방식 오류"
구자은 회장 등은 과징금 처분이 부당하다며 2018년부터 행정소송도 벌였다.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내린 공정위 전원회의가 1심 역할을 함에 따라 행정소송은 바로 서울고법에 맡겨졌다.

서울고법 행정3부(이상주·권순열·표현덕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LS니꼬동제련·LS·LS글로벌·LS전선 등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LS그룹 측은 행정소송 과정에서 공정위 과징금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LS글로벌이 전기동 거래를 통합 관리해 위험(리스크)을 줄이고 가격 협상력을 높였다"며 "정당한 경영 활동이었다"고 항변해왔다.

2심 재판부는 LS그룹이 불공정 거래 행위를 한 건 맞지만 공정위가 과징금을 산정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LS니꼬동제련에 부과한 공정위 과징금 전액을 취소했다. LS에는 33억2600만원을 초과하는 나머지 금액을, LS글로벌은 6억8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LS전선은 과징금 전액이 적정하다고 인정한다.

이로써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총 259억6000만원 가운데 54억2000여 만원만 유지되고, 나머지 70%가량은 취소됐다.

LS그룹 관계자는 "법원이 회사 주장을 일부 인정해 준 것 같다"면서 "인정받지 못한 부분은 판결문 검토 후 대법원 판단을 다시 한번 받아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상고 의사를 밝혔다.

LS그룹은 2003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회사로, 사촌경영을 하고 있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동생인 구태회(셋째)·구평회(넷째)·구두회(다섯째) 삼형제 집안이 돌아가면서 경영하는 방식이다.

고(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장남인 구자홍 회장이 초대 LS그룹 회장을 맡아 10년간 경영한 뒤 2013년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 장남인 구자열 회장에게 총수 자리를 내줬다.

구자열 회장은 이르면 올해 말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외아들인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에게 총수직을 물려줄 예정이다.
 

LS그룹 용산타워 전경.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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