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의 광풍이 여전히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코로나19를 비롯해 신·변종 감염병이 언제 출현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연일 35도 이상을 넘나드는 한여름 날씨만큼이나 뜨겁다.
아주경제는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제약바이오협회에서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을 만나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아울러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현재 개발 진행 상황과 향후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제약사들의 품질혁신, 신약개발 노력과 글로벌 진출 성과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는 다국적제약기업이 개발한 백신의 위탁생산을 잇달아 맡으며, 글로벌 백신 허브로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지난해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24조3100억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성장했지만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시장 규모는 전 세계 12위,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는 1.6%의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고 할 순 없다. 이에 민·관이 협력해 선진국과 진출 가능한 거점 국가를 집중 공략하고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인지도와 비즈니스 신뢰도를 높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본다.”
“제약·바이오산업의 역량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이에 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제약·바이오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이 요구된다. 시대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도전과 혁신의 자세 역시 중요하다. 내수·제네릭(복제약) 위주 등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강점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강화 등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끊임없는 연구·개발(R&D) 투자와 도전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은 자동차, 반도체와 함께 미래 주력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가능케 하는 사회안전망이자 국가 경제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핵심동력이 제약·바이오 산업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나아간다는 명확한 목표와 패러다임을 설정해 오픈 이노베이션, 글로벌 진출을 통해 산업의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진출, 수출, 기술이전, 백신 위탁생산 등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국제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아울러, 대·내외적 환경 변화로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 확립이 중요해지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혁신 신약 개발, 고품질 제네릭 생산 등 투트랙 전략 구사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네릭이 상당히 발전했다. 그 부분을 좀 더 강화해 자신 있는 분야에서 퀄리티를 높이고 시장을 장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 지원책으로는 어떤 게 필요한가.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총괄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도록 대통령 직속 보건산업 육성 컨트롤타워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부처간 칸막이를 해소하고 거시적인 정책들을 실현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1년 만에 코로나19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개발했다. 적시에 대규모 지원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한 국가의 의약품산업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 위해선 산업계의 노력은 물론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나눠주기식 지원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모든 역량과 자원을 쏟아야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기업이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손실보상제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전통 제약사의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평가가 있다. 동의하나.
“제약·바이오 산업이 오랫동안 과거 패턴을 벗어나지 못했다. 새로운 도전보다는 현재의 시장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컸다. 그러다 보니 매출 1조원이 넘는 제약 회사가 6~7개뿐이다. 제약사 자체가 큰 회사라고 해도 다른 업종과 비교하면 중소기업 수준이다. 지난 100년 가까이 쌓은 내공에 비해선 규모가 크지 않다.
한 예로 1970년대 유한양행이 삼성전자보다 시가총액이 높았다. 현재는 유한양행이 4조원대인데 삼성전자는 480조원가량 된다. 도전하고 세계 시장으로 나간 기업과 내수에 안주했던 기업의 차이가 여기서 나온다. 내수에서 국민들의 건강을 돌보는 것에는 충실했지만 산업으로서의 확장성은 게을리했다고 본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해 전통 제약사는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까.
“이제는 우리나라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품질혁신과 연구·개발 투자, 첨단기술 접목 등 산업 혁신을 위한 지속성이 요구된다. 특히 산·학·연 등 각 주체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노하우 공유는 물론 인적 교류를 통해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오픈 이노베이션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백신주권, 제약주권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산업계는 지속적으로 품질혁신, 연구·개발에 나서면서 제약 자국화를 실현해야 한다.”
“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다. 개발 및 생산시설에 많은 투자와 인프라 구축이 요구되고,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는 만큼 피험자를 모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제약 산업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백신에선 상당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기초 백신 28개 가운데 14개를 자력으로 개발,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해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 백신과 관련해 국내 산업계의 경우 mRNA 백신 핵심원료와 합성 등 기반기술, LNP(지질나노입자) 생산 등 원천기술, 후보물질 확보, 대량생산 역량 보유까지 백신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역량과 인프라를 형성하고 있다고 본다.”
-내년까지 백신 개발을 목표로 K-mRNA 컨소시엄이 출범했다. 어떤 가능성을 기대하나.
“K-mRNA 컨소시엄은 코로나19 및 감염병에 대한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mRNA 백신 분야의 신속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 해당 분야 개발 및 생산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이 뜻을 모아 이뤄졌다.
K-mRNA 컨소시엄은 각 참여기업의 협력을 통해 mRNA백신의 원부자재 자국화, 개발역량 축적, 대량생산체계 구축 등 신속히 ‘국산 mRNA백신 개발’이라는 시너지를 창출해 mRNA 백신주권을 실현하고, 글로벌 백신 허브로의 도약을 목표로 한다.
백신 컨소시엄은 mRNA 백신의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는 동시에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춰 원부자재를 포함한 백신 자급화와 글로벌 수출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나아가 mRNA 플랫폼 기반 항암백신 및 차세대 혁신신약 개발로 글로벌 제약강국에 다가설 계획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백신은 언제쯤 나오겠나.
“내년 6월에는 임상 3상에 들어가면서 긴급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계획대로 된다면 내년 중에 백신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텐데, 이런 것들을 줄이기 위해 컨소시엄을 출범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빨리 자국 백신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 지원과 함께 기업들도 공격적으로 이 시장에 도전해 기회를 잡아야 한다.
각 나라가 봉쇄된다고 해도 국민들을 위한 백신과 치료제는 있어야 한다. 제약주권, 백신주권이 중요한 이유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다른 나라에서 백신을 구입해 써야 한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힘들어지지 않겠나. 지금도 우리 백신이 없기 때문에 수급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 기회에 우리의 힘으로 만든 우리나라 백신이 꼭 나와야 한다.“
-올 하반기 협회 계획은.
“‘글로벌 진출 촉진’과 ‘백신 개발 지원’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의약품 수출이 최근 10년간 연간 15%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이에 전 세계 210여개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의약품의 글로벌 진출을 촉진하고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협회 주관으로 회원사를 미 CIC(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에 진출시키는 것과 이에 더해 세계에서 모인 글로벌 제약사부터 벤처까지 5000곳 입주, 글로벌 시장 정보·파트너링 등의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 제약기업은 유한양행, 녹십자, 팜캐드가 진출해 있고,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은 연내 입주 예정이다.
백신 개발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백신 개발이다. 위탁생산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자체 개발 및 생산이다. 이 부분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산업계와 협회가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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