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과 강북의 지역격차가 날로 심화하는 모습이다. 강남권에서는 굵직한 개발사업들이 착공하는 등 가속도를 내고 있지만, 강북권 주요 개발사업들은 정부의 임대주택 계획안 등에 발목이 잡혀 언제 착공할 수 있을지 알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말로만 강남북 균형발전을 외칠 뿐, 여전히 강남 몰아주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동향을 살펴본 결과, 올해 7월 서울 한강이남과 한강이북의 3.3㎡당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각각 5113만4000원, 4253만원으로 집계됐다. 두 지역의 3.3㎡당 아파트 평균매매가격 격차는 1332만3000원으로 지난해 가격 격차(1254만원) 대비 78만3000원이 올랐다.
강남·강북 격차 날로 커진다
평균매매가 격차는 매년 벌어지는 추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한강이남과 한강이북의 3.3㎡당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각각 2703만4000원, 1873만6000원으로, 3.3㎡당 아파트 평균매매가 격차는 829만8000원으로 1000만원대를 밑돌았다.그러나 2018년 1월 가격격차가 1000만원대를 돌파하는 등 계속 커지는 추세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강남권과 강북권 모두 아파트 매매가가 상승세를 타는 모습이지만,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자치구별 GRDP 규모에서 최대인 강남구(69조1860억원)와 가장 낮은 강북구(3조2070억원) 간 차이가 무려 21.6배에 달하는 등 지역간 격차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권역별 GRDP 규모에서도 격차가 확인된다. 동대문, 중랑, 성북, 강북, 도봉, 노원 등이 포함된 동북권이 49조원, 은평, 서대문, 마포 3구로 구성된 서북권이 33조원인 데 반해 서남권은 102조원, 강남구가 포함된 동남권은 142조원을 기록했다. 10년간 줄곧 성장세를 기록했는데도 양극화는 좁혀지지 않은 것이다.
강남권 초대형 개발 호재 속속 “강남불패 계속된다”
강남권 아파트와 강북권 아파트 가격 격차가 계속 커지는 데는 강남권 초대형 개발호재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강남권에서 굵직한 개발 사업들이 가속도를 내면서 '강남불패' 신화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대표적인 강남권 개발호재는 삼성동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 현대자동차 신사옥 GBC건립, 잠실마이스(MICE)개발 사업 등이다.
삼성동 '천지개벽'을 예고하는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 사업은 지난 6월 착공했다. 시설면적 약 22만㎡에 달하는 복합환승센터 지하 4~7층에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지하철, 버스, 택시 등을 환승하는 환승시설이, 지하 2~3층에는 상업시설들이 자리잡는다. 또한 지상구간인 코엑스와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이하 GBC) 사이에는 1만8000㎡ 규모의 녹지광장이 조성될 예정이다.
사업비만 총 2조원을 넘는 잠실마이스(MICE) 사업도 최근 제3자 제안공고를 내는 등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게 서울시 계획이다. 이 사업은 국제교류복합지구 내 잠실운동장 일대 33만4605㎡ 부지에 전시장, 회의시설, 스포츠콤플렉스, 야구장, 수영장, 마리나·레저, 호텔, 문화상업시설 등을 건설하는 게 골자다.
강남 코엑스에서 송파 잠실종합운동장을 잇는 199만㎡에 달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국토교통부, 기재부, 서울시, 강남구 등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그간 사업이 지지부진했지만, 영동대로복합환승센터가 착공에 들어가고 잠실마이스 개발사업도 속도가 나기 시작해 기대감이 상당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규모 사업에 속도가 나면서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올림픽공원까지 올림픽로 약 4㎞ 구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잠실마이스 사업과 KT송파전화국 부지 복합개발 등으로 업무시설이 더해지면서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처럼 업무시설이 늘어나는 등 큰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고 말했다.
강북권 금싸라기땅에는 임대주택…"희망고문에 지친다"
강남권과 달리 강북권 대형 개발사업은 기약이 없는 모습이다. 더구나 정부가 용산정비창, 상암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등 얼마 남지 않은 강북 금싸라기땅에 대규모 주택 공급을 내세우면서 이들 부지 개발 계획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관련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한 데도 정부가 주택공급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일대 개발사업도 올스톱된 상황이다.단적인 예로 당초 하반기로 예정됐던 용산정비창 ‘마스터 플랜 국제 공모'는 주택공급안으로 인해 일정이 연기됐다. 도시 개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마스터플랜이 마련돼야 하는데 공모 일정이 늦춰져 언제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
오세훈 시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에 공공주택 1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정부 계획에 대해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일방적으로 주택을 배치할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용산구 주민은 “용산개발에 대한 기대는 접은 지 오래”라며 “마스터플랜 준비만 수년째로 희망고문에 지친다”고 말했다. 이어 “서초 등 강남권은 대형 개발 사업의 경우 개발 계획 수립 후 바로 실행에 들어가는 등 사업 속도가 남다르다”며 “정부의 강남북 균형발전은 말뿐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8·4부동산 대책에서 신규택지 발굴을 통한 3만3000가구 중 절반 이상에 달하는 물량이 강북에 집중되며, 일대 지역민들의 반감이 치솟았다.
노원구 태릉골프장에만 1만 가구가 공급돼 전체 물량의 약 30%를 차지한다. 이밖에 용산캠프킴(3100가구),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3500가구), 상암DMC 미매각 부지(2000가구) 등에서 대규모 주택공급이 이뤄진다. 반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는 2600가구 공급에 그친다. 전체 물량 중 약 8% 수준이다.
노원구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강북에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지으면서 교통, 일자리 교육 등 주거 인프라 개선을 위한 방안은 빠져 있으니 주민들의 불만이 상당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강남 집값을 잡겠다면서 강북에 임대주택을 넣으니 지역 주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현재의 강남북 교통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한, 균형발전은 난망이란 분석이 많다. 박홍근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소속)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서울의 ‘전철역이 3개 이상인 동’은 셋 중 하나는 강남 3구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경전철 사업 다수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앞두고 있는 등 착공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1호 민자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이 현재 극심한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인 만큼 향후 추이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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