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달 중순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예약 대상자를 약 2000만명 규모의 40대 이하(만 18~49세) 연령층으로 확대한다고 예고한 가운데, 질병관리청의 전산시스템이 이들의 예약 신청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여부에 우려 섞인 시선이 쏟아진다. 질병청이 앞서 이보다 작은 수십만~수백만 명 규모의 사전예약 대상자들에게 제공한 예약 처리가 전혀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질병청은 상반기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시스템'을 긴급 구축하고, 온라인 접종 예약서비스를 두 달째 가동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예비군·민방위(만 30세 이상), 이달 초 일부 초등학교·유치원 교사와 돌봄인력, 이달 중순 일반인(만 55~59세) 대상으로 예약 신청을 받는 동안 수차례 서버 장애, 접속지연, 대기 처리 오류, 비정상 접속자의 '새치기' 허용 등 시스템상의 여러 문제를 드러냈다.
26일 복수의 기술 전문가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시스템의 표면상 문제는 서버의 성능·용량 부족과 대기 처리의 허점이지만, 그 뿌리는 과거에 구축돼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기존 질병청 백신 예약시스템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백신 예약시스템은 전국의 병원들과 연동돼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구조를 개선하거나 증설을 통해 성능을 개선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의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시스템은 약 20년 전 구축된 백신 예약시스템에 코로나19 백신 예약을 위한 일부 기능을 추가 개발해 붙인 형태로 구현됐다. 이는 전체 시스템의 '동시 접속자 수'와 '실시간 처리 성능' 등을 끌어올리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또 이 시스템 구축을 수행한 민간 업체의 주 사업영역도 이번 코로나19 백신 예약 시스템을 전담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의 공공 정보화사업 전문가 A씨는 "(코로나19 백신 예약시스템을) 테스트할 때 동시접속자 수 30만명가량으로 수요예측을 한 게 우선 잘못이었고, 기존 시스템은 아주 오래전에 설계·구축되고 노후된 서버에서 가동되던 상황이라 그보다 많이 유입된 접속자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구축을 맡은 곳도 개발보단 시스템유지보수(SM) 전문업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사회활동 주체인 50대 연령층은 코로나19 감염·확산 당사자가 되는 두려움과 공포, 그러지 않으려는 책임감 등을 가장 크게 느꼈을 집단이라, 어떻게든 예약을 성공시키기 위해 적어도 1명이 최소 2개 이상의 온라인 채널로 접속을 시도했을 것"이라면서 "질병청은 이들을 위한 백신 공급 수량이 당장 한정된 상황에서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민간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도 "앞서 어르신들이 사전신청 대상일 때도 동시접속자가 몰려 예약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당사자뿐 아니라 젊은 자녀부터 어린 조카들까지 온라인 서비스에 접속해 브라우저를 여러 개 띄워 놓고 순서를 기다렸기 때문"이라며 "운영환경의 기술적인 문제 이전에 사용자들이 예약을 위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가 문제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접종 예약대상 확대를 앞두고 지난 22일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시스템 문제 진단 및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온라인 전문가 회의를 긴급 주재했다. 네이버, LG CNS, 베스핀글로벌 등 민간 클라우드·시스템통합(SI)·매니지드서비스사업자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등 관련 기관이 참여해 문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LG CNS는 지난해 초 온라인 개학 당시 부실했던 원격수업 서비스 운영 난항을 해소하는 프로젝트에 긴급 투입됐던 회사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원격수업을 비롯한 다수 공공부문 클라우드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베스핀글로벌은 최근 네이버클라우드의 매니지드서비스사업자(MSP) 파트너로 공공사업 기회를 모색 중이다. 이들이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 문제의 '해결사'가 될 수도 있다.
이날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위기 속에 전 국민의 조속한 예방접종이 시급한 점을 감안해, 관련 부처와 전문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실무TF를 구성·운영하고 신속히 사전예약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라며 "다음달 20~40대 예약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인 만큼, 국민 불편이 재발되지 않도록 민·관이 힘을 합쳐 서비스 개선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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