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4개월 만에 열린 고위급 대화에서 대만·홍콩·신장 위구르자치구 문제, 코로나19 사태 등과 관련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대화에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의 협력 방안도 논의됐다.
2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셰펑(謝鋒)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중국 톈진(天津)에서 열린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회담에서 "중미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 이유는 미국의 일부 인사가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2차 대전 때의 일본이나 냉전시대 소련에 비유하며 악마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셰 부부장은 "미국의 경쟁, 협력, 대항 삼분법은 중국을 봉쇄하고 억제하려는 것"이라면서 "미국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나라를 억누르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셰 부부장은 미국이 이행해야하는 개선사항과 중국이 중점적으로 관심을 갖는 사안을 담은 리스트 두가지도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내용은 △중국공산당원과 가족, 중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 제한 철폐 △중국 관리와 지도자, 기관에 대한 제재 해제 △공자학원과 중국 기업에 대한 탄압 중단 △중국 매체를 '외국 대리인'·'외국 사절단'으로 등록하는 결정 취소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미국 송환 요구 중단 등이 담겼다.
셰 부부장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조사와 대만, 신장(新疆), 홍콩, 남중국해 등의 문제에서 미국의 잘못된 언행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고 중국 언론이 보도했다.
미국 측도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현안들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전달했다.
AFP통신은 이날 회담 직후 미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홍콩의 고도자치에 대한 약속 위반이나 인권 등 우리가 이야기해온 사안들과 관련한 사실을 중국인들에게 이해시키는 데 매우 단호했다"며 중국 측에 강대국으로서 기후변화나 코로나19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서 미국과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미중 양국의 대면 고위급 대화는 지난 3월 미국 알래스카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부장이 2+2 고위급 회담을 가진 이후 4개월 만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