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지난 5월 노동자 사망 사건이 발생한 네이버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다수의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조사됐다. 그러나 네이버의 대처는 미흡한 수준이었으며 임금체불 등 노동관계법 위반 사례도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27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 사건이 발생했던 네이버를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사망한 노동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결과 임원급인 직속 상사로부터 지속적으로 폭언과 모욕적 언행을 겪었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됐으며 과도한 업무 압박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부는 사망한 노동자와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의 진술과 일기장 등 관련 자료를 통해 자료를 확보했다.
고용부는 이와 같은 행위가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상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주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네이버는 사망 노동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사실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다수의 직원들이 최고운영책임자에게 가해자의 괴롭힘에 대해 직접 문제 제기를 했으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채널은 부실하게 운영됐고, 신고자가 불리한 처우를 당한 경우도 확인됐다.
네이버는 직속 상사가 모욕적인 언행을 하고 과도한 업무를 부여하며 연휴 기간에도 업무를 강요한 사례를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며 불인정했다. 그러나 긴급한 분리 조치를 명목으로 피해자를 소관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배치하고 직무를 부여하지 않았다.
직장 내 괴롭힘 등 조직문화를 진단하기 위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52.7%)이 최근 6개월 동안 한 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10.5%는 최근 6개월동안 1주일에 한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반복적으로 겪었다고 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 중 44.1%는 '대부분 혼자 참는다'고 답했다. 참는 이유는 '대응해봤자 해결이 안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9.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폭언·폭행·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직접 피해를 겪었거나 주변 동료의 피해 사례를 보거나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일부 나왔다. 폭언·폭행에 대해서는 설문 참여자 중 8.8%는 본인이 피해를 경험했고, 19%는 동료의 피해를 보거나 들었다고 응답했다. 직장 내 성희롱은 3.8%가 피해를 경험했고 7.5%는 동료의 피해를 보거나 들었다고 답했다.
연장·야근·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임금체불과 임산부 보호 의무 위반 등 노동관계법 위반도 다수 적발됐다.
네이버는 최근 3년 간 전·현직 직원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금품 86억7000여만원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에게는 시간외 근로를 하게 할 수 없음에도 최근 3년 간 12명에게 시간외 근로를 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근로자에게도 고용부 장관 인가 없이 야간·휴일근로를 시켰다.
이외에도 연장근로 한도 위반,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 서면 명시 위반,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임금대장 기재사항 누락 등 기본적인 노동관계법도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있었다.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임금체불, 임산부 보호 위반 등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은 사건 일체를 검찰로 송치하고, 과태료 부과 처분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를 위해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과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계획을 수립해 제출하도록 적극 지도하는 한편 네이버와 같은 IT업종에서 장시간 근로 문제가 빈번하게 지적돼온 만큼 탄력·선택·재량근로제 등 유연근로제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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