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식자재 이어 꽃다발로 번진 한·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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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1-07-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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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쿠시마산 꽃다발에 국내 언론 '방사능 우려' 제기하자 불쾌감 드러낸 일본

  • "한국, 후쿠시마 우롱하고 정치에 올림픽 이용" 日 누리꾼 댓글에 2만6000명 동의

  • 후쿠시마현 지사 "韓보도 유감…지역 농산물 기준치 넘긴 적 없다" 불만 드러내

  • 전문가 "꽃다발에 방사성 물질 포함됐더라도 인체에 미치는 영향 거의 없는 정도"

도쿄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수여하는 꽃다발 [사진=도쿄올림픽·패럴림픽 홈페이지]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둘러싼 한·일 갈등 불꽃이 꽃다발로 옮겨붙고 있다. 최근 국내 한 언론이 2020 도쿄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수여하는 꽃다발, 이른바 '빅토리 부케'가 후쿠시마산이라며 방사능 오염 우려를 제기하면서다. 일본 언론은 즉각 '트집 잡기'라며 불쾌함을 드러냈고, 일본 정부 관계자도 한국 선수들에게는 꽃다발을 주지 말자는 식으로 발끈했다.

28일 트위터 등 SNS에 따르면 일본 누리꾼들은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은 나가라", "올림픽 모욕하는 한국"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을 올리고 있다. 앞서 국내 한 언론이 2020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입상자에게 메달과 함께 주는 꽃다발을 두고 후쿠시마에서 키운 꽃으로 만들어졌다며 방사능 우려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일본 트위터 이용자들은 "올림픽 꽃다발로 문제를 제기하는 한국은 정말 밑바닥"이라며 한국·빅토리 부케·트집이라는 태그와 함께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 일본 누리꾼은 "방사능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거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한국은 돌아가라"고 비꼬았다.
 

26일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 우승한 김제덕(왼쪽부터), 김우진, 오진혁이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인 야후재팬도 일본 누리꾼들의 성토장이 됐다. "한국은 피해 지역을 우롱하고, 올림픽을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고 쓴 한 일본 누리꾼 댓글에는 공감을 뜻하는 '좋아요'가 무려 2만6000회에 달했다.

일본 언론도 한국이 트집 잡기를 하고 있다고 맞장구쳤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주간지 '아레아(AREA)'는 "꽃다발은 메달과 함께 주어지는 둘도 없는 기념품"이라며 일본 누리꾼들의 입을 빌려 "과학적으로 안전이 보장된 꽃다발에 우려를 표하는 건 무례하다. 특별한 생각을 담아 만든 꽃다발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전했다.

일본 스포츠 종합 매체인 더 다이제스트도 비판에 가세했다. 더 다이제스트는 "지금까지 한국은 방사능 영향에 거부감을 보여 왔지만, 과학적인 근거를 댄 적은 없다. 따라서 (방사능 꽃다발 논란은) 트집이라고 봐도 좋다"고 했다.
 

금메달 든 여자 양궁 [사진=연합뉴스]


국내 언론이 지적한 대로 메달리스트에게 수여하는 꽃다발은 후쿠시마산 꽃도라지와 미야기산 해바라기, 이와테산 용담화로 만들어졌다. 2010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최대 피해지역들이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동일본 대지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가 피해를 극복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준다는 취지로 꽃다발을 준비했다.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도 "2010년 당시 전 세계로부터 따뜻한 지원을 받아 감사를 전달하고 싶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내 언론이 부흥·재건의 상징인 꽃다발에 방사능 우려를 제기하자 일본 측은 피해지역 주민들을 모욕하고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방사능 우려가 식자재에 이어 꽃다발로까지 이어지자 우치보리 마사오 후쿠시마현 지사는 국내 언론 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우치보리 지사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농업인과 생산자, 관계자는 농산물 안전 대책을 세우고 모니터링 검사를 해오는 등 노력을 거듭해왔다. 그 결과 후쿠시마 지역 농산물은 기준치를 넘긴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관계자가 도쿄올림픽 개막일인 23일 서울 송파구 종합운동장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후쿠시마현 지사 해명에도 방사성 물질 논란이 끊이지 않자 꽃다발 수여에 한국을 배제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레아에 "한국은 지금까지 일본을 비난하는 보도를 해왔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과학적 근거도 없이 피해 지역 주민을 모욕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일본 정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공식적으로 항의해야 한다. (한국 언론이) 기사를 정정하지 않는다면 한국 메달리스트에게는 앞으로 꽃다발을 건네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말했다.
 

양궁 국가대표 김제덕이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혼성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취재진에게 메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일본이 준비한 꽃다발은 정말로 방사능 오염 위험이 있을까. 전문가는 꽃다발에 방사성 물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토양에 세슘 등이 남아있어 식물 체내로 들어갈 수 있더라도 인체에 영향을 끼치려면 섭취나 호흡을 해야 한다. 또 신체에 들어간다 해도 극미량이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주 교수는 "바나나 한 개만 먹어도 0.1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능에 노출된다.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꽃다발을 들고 숨을 쉬었다고 해도 방사능 흡수량은 바나나 한 개를 먹은 것과 비교했을 때 몇만분의1수준 일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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