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나라 일본 나라] 윤곽 드러내는 일본의 탈탄소화 바람...정부는 신재생 에너지·산업계는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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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7-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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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탄소중립(온실가스 순배출량 0)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탈탄소 방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임시국회에 출석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취임 후 첫 '소신표명연설'로 2050년 탄소중립 사회 달성을 천명했다. 또한 스가 총리는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과 전기차(EV) 보급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소신표명연설이란 일본 총리가 임시국회나 특별국회를 소집해 향후 정부 방침을 제시하는 발언이다. 일반적으로 일본 총리는 매년 1월 일반국회에 출석해 '시정방침연설'을 통해 한 해의 정부 정책 방침을 제시하기 때문에, 소신표명연설은 이 외의 시급한 현안에 대한 발언이다.
 

일본 도쿄가스가 일본 이바라키현 앞바다에서 2024년 착공할 예정인 '가시마 해상풍력 발전단지' 가상도. 680ha(헥타르) 규모의 부지에 들어서며, 19개 발전기를 이용해 연간 159.6MW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는 매년 7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일본 정부는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지를 민영에 맡기기로 한 상태다.[사진=도쿄가스 제공]

 
◇스가, '비현실적 탄소중립' 비판에 신재생 발전 목표 대폭 상향

이를 위해 지난 1월 일본 정부는 구체적인 후속 대책으로 '녹색성장전략'을 수립했다.

해당 전략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 과정에서 △해상풍력 △암모니아연료 △수소 △원자력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등 14개의 유망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 전 분야의 탈탄소화를 추진해, 2030년과 2050년에는 각각 연간 90조엔(약 940조원)과 190조엔의 경제효과를 유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어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21일 산하 종합자원에너지조사회의 기본정책분과회의를 열고 '제6차 에너지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했다.

이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에너지 발전·사용 계획을 대폭 개정한 것으로, 녹색성장전략 이후 처음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후속 탈탄소화 세부계획이다.

해당 초안은 오는 2030년까지 일본의 전체 발전량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을 기존 목표치보다 10%p(포인트) 이상 대폭 높였다.

앞서 일본 정부는 올해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일본 내 전력 수요를 △원자력발전 20~22% △태양광·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22~24% △석탄·액화천연가스 등 화력발전 56%로 공급하겠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화력발전 비중이 여전히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이어져 왔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해당 발전계획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태양광과 해상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기존의 22~24%에서 36~38%로 14%p나 높이기로 했다. 

반면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화력발전 비율 목표치는 기존의 56%에서 41%로 대폭 낮춰 잡았다. 해당 계획대로라면 2030년 일본의 화력 의존도는 2019년(76%)과 비교했을 때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아울러,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저탄소 연료인 수소·암모니아연료를 이용한 발전 비중 목표치도 1% 정도로 새롭게 포함했으며, 전력 안전성을 고려해 원전 발전 목표치는 기존의 20~22%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다만, 경제산업성은 해당 계획에서 에너지효율 대응을 강화하는 것을 전제로 2030년 일본의 총발전량 목표를 기존의 1065TWh(테라와트시)에서 10%가량 낮춘 930~940TWh로 수정하기도 했다.

이는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맞추기 위한 방안일 뿐 아니라, 원전 발전 비중을 유지하면서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최소화하기 위한 해법으로 풀이된다.

2030년 총발전량 목표를 기준으로 원전 비중 2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90TWh의 발전량이 필요한데,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원전을 설비 이용률 80%로 가동할 경우 발전할 수 있는 전력량이기 때문이다.

2011년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 직전에 일본 전역에선 54기의 원전이 가동됐지만, 사고 이후 안전 심사를 거쳐 현재 가동이 허용된 곳은 10기 수준이다.

다만, 도쿄전력이 현재 일본 정부의 원자력 규제위원회에 원전 재가동을 신청했거나 신규 건설 중인 원전까지 포함할 경우 가용 가능한 원전은 27기까지 늘어난다.
 

일본 정부의 2030년 전원별 발전 비중 목표치 변화(왼쪽)와 2050년 탄소 중립 실현 개념도.[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KEEI)]

 
◇"탈탄소화 적응 못 하면 도태"...도요타 등 日산업계, 전기차 전환 앞장

한편, 일본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전략은 산업계가 앞장서고 있다. 탈탄소화 움직임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향후 경쟁력을 잃고 산업계에서 도태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특히, 이를 위해 일본 최대 완성차 제조사인 도요타자동차는 경쟁사인 스즈키와도 손을 잡은 상태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4월 이스즈, 히노와 함께 1000만엔의 자본금을 넣어 일종의 조인트벤처인 '커머셜 재팬 파트너십 테크놀로지스(CJPT·상용차연합)'를 설립했다.

CJPT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 기술 키워드인 'CASE' 대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각각 연결(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Sharing), 전동화(Electrification)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의 첫 글자를 딴 용어다.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한 일본 완성차 업계는 주력 친환경차로 전기와 화석연료를 함께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밀어왔다. 이 때문에 일본산 자동차는 전 세계 전기차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CJPT를 통해 선두 업체와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1일에는 도요타자동차의 주요 경쟁사인 스즈키와 다이하츠공업이 CJPT에 합류했다. 이에 따라 향후 CJPT는 대형 트럭과 중형차, 소형차에 이르는 전방위 라인업이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CJPT는 핵심 개발 사업으로 수소 에너지와 대형 전지(ESS)를 이용한 대형 트럭과 기차, 중형차 등의 물류 수단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합류한 스즈키와 다이하츠 양사는 일본 내 경차 7800만대 중 3100만대를 생산한 소형차 주력업체다.

특히, 소형차는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종이기 때문에, 이들 회사의 합류로 향후 일본 내 전기차 보급 행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스즈키와 다이하츠 측 역시 최근 포화 상태에 이른 일본 소형차 시장에서 새로운 판로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일본에서 판매된 경차는 약 176만대로 앞서 경차가 가장 많이 팔렸던 시기인 2014년 1분기 대비 20% 가까이 축소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스즈키와 다이하츠 측은 업계의 전기차 전환 움직임에 부담을 느껴왔다. 이들 회사는 자체적으로 전기차 전환 기술을 연구·개발할 만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자동차 전문지 리스폰스는 "이번 협력으로 CJPT는 대동맥(대형 트럭)부터 모세혈관(경차)에 이르기까지 물류 전반에서 탈탄소화와 전기차 전환의 기반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각국이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CJPT를 기반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일본 자동차 업계의 구상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에선 테슬라가 이미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선점한 데 이어 중국 역시 국가 차원의 대규모 지원을 통해 내수 시장에서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NA)는 일본 자동차 업계가 수십 년 동안 독점 체제를 구축해왔던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 등이 전기차 공장을 신설하며 일본 자동차 산업의 독점적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지난 21일 토요타자동차, 스즈키, 다이하츠공업 임원진이 기자회견을 통해 'CJPT' 참여 협력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자동차 사장, 오쿠다이라 소이치로 다이하츠공업 사장, 도시히로 스즈키 스즈키 사장, 나카지마 히로유키 CJPT 사장 겸 도요타자동차 상용차 부문 사장.[사진=도요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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