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 전도사로 알려진 친강(秦剛) 외교부 부부장이 신임 미국 주재 중국대사로 부임했다.
미국에 주눅 들지 않는 대등한 외교를 펼칠 적임자라는 평가와 대미 업무 경험이 일천한 게 불안하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29일 관영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친 신임 대사는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1966년생인 친 대사는 현직 외교부 부부장 4명 중 최연소이며, 전임자인 추이톈카이(崔天凱) 대사보다도 14살 젊다.
톈진 출신으로 국제관계학원에서 외교정치학을 전공했고, 1992년 외교부에 입부해 30년 가까이 근무한 전문 외교관이다.
그가 중국 정계와 대중에 이름을 알린 건 두 차례(2005~2010년, 2011~2014년) 외교부 대변인을 맡으면서다.
2014년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직후 중국의 국방비 급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당시 대변인이었던 친 대사는 "중국 인민해방군은 붉은 술이 달린 창을 든 보이 스카우트가 아니다"라고 맞섰다.
그는 "외국의 어떤 이들은 중국이 영원히 성장하지 않는 보이 스카우트로 남길 바란다"며 "그렇다면 누가 국가 안보와 세계 평화를 수호할 수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 대사는 "보이 스카우트도 해마다 키가 크고 발이 커진다"며 중국이 경제력에 걸맞는 군사력을 갖추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5월 "미국이 앞으로 100년간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그는 "(미국이) 전 세계 큰형 노릇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비꼰 뒤 "국제 관계에서도 미래를 예측하는 파울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파울은 월드컵 승부 예측으로 유명했던 문어다.
당시 친 대사는 "역사적으로 중국도 큰형이었던 적이 있었고, 불과 100년도 지나지 않은 일"이라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경계해야 평화와 발전, 협력의 역사적 조류에 순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 대사는 중국이 국력을 앞세워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이른바 전랑 외교의 전도사로 꼽힌다.
지난 2월 열린 기자 회견에서 이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그는 "중국 외교의 최고 임무는 국가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 존엄을 지키는 것"이라며 "중국을 향한 거친 공격에는 당연히 중국 외교관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 등 서방 진영을 겨냥해 "어떤 국가나 개인이 중국을 근거 없이 비방한다면 전랑이 아니라 그냥 악한 늑대일 뿐"이라고 저격하기도 했다.
이런 강경한 입장들이 그를 주미 대사로 임명한 배경으로 거론된다.
미·중 관계는 협력에서 대결로의 전환 국면에 진입했다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불거진 양국 갈등이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더욱 격화하는 양상이다.
환구시보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중국에 대한 미국 내 정치적 분위기가 극도로 건강하지 않고 반중 정서도 지속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며 "중국의 입장과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해 미국이 중국을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신임 주미 대사의 중요한 도전"이라고 전했다.
해당 전문가는 외교부 대변인을 지내고 언론 담당인 신문사(司·국)에서 다년간 경력을 쌓은 친 대사가 이 같은 목표 달성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친 대사가 대미 정책을 다룬 경험이 거의 없다는 건 약점으로 거론된다. 그는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 공사로 근무하는 등 주로 유럽 업무에 주력해 왔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차기 주미 대사는 미국과 대등한 외교를 펼치면서도 양국 관계가 추가로 악화하는 걸 막을 책무가 있다"며 "미국 관련 인맥·정보가 약한 친 대사가 강경 일변도로 나갈 경우 미·중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