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재판 톺아보기①]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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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기자
입력 2021-07-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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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가 기업의 부당성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려워"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법은 부당한 내부거래로 총수 일가의 사익 행위를 규제한다. 이 사건 범행은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 (이해욱 DL그룹 회장 1심 선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기업의 '시장지배적 행위'를 금한다. 여전히 계열사 간 부당지원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해욱 DL그룹(구 대림산업) 회장(53)의 1심 선고,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53) 등의 재판이 있었다. 그러나 대기업 부당지원 소송에서 공정위가 승소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부당성'의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징역 1년 6개월에서 벌금 2억원, 이해욱 DL그룹 회장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지난 27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같이 기소된 DL법인과 글래드호텔앤리조트(구 오라관광)는 각각 벌금 5000만원,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1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회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DL그룹은 2013년 호텔사업에 진출하면서 자체 브랜드인 '글래드(GLAD)'를 개발한 뒤 APD(Asia Plus Development)에 상표권을 출원케 했다. APD는 이 회장이 지분 55%, 장남이 45% 지분을 가진 개인회사다. 오라관광은 APD에 2026년까지 253억원의 수수료를 내야 했는데, 2016년부터 2018년까지 APD에 지급한 수수료만 약 31억원이다. 

이 회장은 DL그룹 호텔 브랜드 글래드 상표권을 APD에 넘겨 글래드 호텔을 운영하는 그룹 계열사인 글래드호텔앤리조트로 브랜드 수수료를 지급받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공정위는 오라관광이 APD와 체결한 수수료 계약이 과도하다고 봤다. 때문에 검찰은 이 회장이 사익편취를 위해 그룹 계열사를 동원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내부거래를 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공정위에서 부과한 과징금을 피고인들은 모두 이행했고, 이 회장이 APD를 통한 다른 사익편취는 하지 않았고, 이 회장이 다른 징역형 이상 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벌금형으로 마무리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 [사진=연합뉴스]


◆TRS(총수익스와프) 통한 계열사 부당지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개인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지난 22일 오후 2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회장과 송형진 효성 투자개발 대표, 임석주 효성 이사와 효성 법인 등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4월 효성그룹이 효성투자개발을 통해 GE가 발행한 25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특수목적법인(SPC)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한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고발했다. 조 회장은 TRS 거래로 계열사 GE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2019년 12월 기소됐다.

GE가 상당한 규모의 자금난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조 회장이 GE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효성투자개발을 동원했다는 얘기다. 검찰은 효성투자개발이 총수익스와프(TRS)로 GE가 발행한 250억원 규모 영구채를 금융회사를 인수하고자 사실상 지급보증을 섰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부당지원 소송...'부당성' 입증이 관건

부당지원행위는 쉽게 말하면 '대기업의 지위 남용'이다.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에 따르면 사업자가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해 상품·용역·자금·자산·인력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지원함으로써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 풀이된다. 

그런데 부당지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조계창 법무법인 창현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정거래법 제23조 제2항 사익편취조항'을 언급하며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규율하는 것이 어려워 도입이 됐는데 (공정거래법상) 부당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재벌 총수 일가의 부당지원을 규제하기 위해 2014년 공정거래법에 사익편취 금지 규정을 신설했다. 제23조 2항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신설된 조항을 적용해 처음으로 총수 일가 사익편취를 제재한 대한항공 일감 몰아주기 사건도 2017년 서울고법에서 공정위가 패소하면서 개정 취지가 무색해졌다. 
 

지난달 29일 대한항공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당시 고법은 "공정거래 저해성이 아니라 경제력 집중 등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 부당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공정위에 있다"고 판시했다. 조 변호사는 "부당성을 공정위가 입증해야 한다"며 "입증 책임을 공정위에 돌린 점이 (부당지원 소송 등에서) 공정위가 승소하기 어려운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9년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5년간 공정위가 부당지원 행위 금지 조항으로 제재한 사건에 승소하기 어려웠던 이유로 부당성 입증의 어려움을 들었다. 전 의원은 "법원과 다른 해석을 보이는 공정거래법상 부당성 입증 문제에 관련 법 개정 등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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