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50대를 시작으로 하반기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적다고 평가 받는 소아·청소년의 접종 시기에 관심에 쏠린다.
유아원,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 소아·청소년은 물론 이들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29일 방역당국과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서울의 연령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0∼9세가 460명, 10∼19세가 869명으로, 19세 이하가 1329명나 된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0∼9세 확진자는 243명에서 1.9배인 460명으로, 10∼19세 확진자는 385명에서 2.3배인 869명으로 각각 늘었다. 전체 확진자 중 19세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도 10.1%에서 12.9%로 높아졌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아동이나 청소년은 성인보다 코로나19 감염률이 낮고, 감염되더라도 경증이나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지만 확진자가 증가할 경우 증중으로 발전되거나 사망자 발생도 불가피 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에서도 소아·청소년 코로나19 확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피터 호테즈 미국 베일러의과대학 국립열대의학대학원 원장은 “델타 변이 확산이 증가함에 따라 성인과 12세 이상 연령의 예방 접종률이 계속 느려질 경우 인구의 가장 어린 구성원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린 소아·청소년들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적다고 해도 여전히 심각한 합병증을 겪을 가능성은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의 경우 아직 소아·청소년 코로나19 환자들 중 중증 환자는 없지만 코로나19 감염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3차 유행이 시작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30일 0~19세 누적 코로나19 감염 환자는 전체 환자의 8.9%였으나 지난 15일에는 그 비중이 12.1%까지 치솟았다.
특히 0~9세 소아의 증가율이 가장 컸다. 지난해 11월 30일 0~9세 누적 코로나19 환자는 993명을 기록했지만 지난 15일 기준으로는 7996명으로 8배가 넘게 폭증했다.
상황이 이런 탓에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는 미 식품의약국(FDA) 요청으로 5∼11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FDA가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 모더나에 이들 기업이 계획한 어린이 대상 임상시험의 규모와 범위가 백신의 희귀 부작용을 탐지하기에 부족하다는 견해를 전달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는 9월 말까지 미 보건당국에 5세 이상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하겠다는 방침이다. 모더나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해당 연령대로 백신 긴급사용을 확대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은 현재 12세를 기준으로 백신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앞서 유럽의약품청(EMA)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10대에게도 접종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에 따라 이미 프랑스와 그리스, 덴마크 등은 백신 접종 개시 연령을 12세로 낮췄다. 아일랜드도 9월 중반까지 12∼15세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심지어 미국은 12세 미만 어린이에 대한 접종과 부스터샷까지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고3 수험생을 대상으로 긴급하게 백신접종을 하고 있지만 소아·청소년 접종은 현재까지는 후순위”라며 “미국과 유럽 등의 어린이 백신 임상 및 청소년 백신 접종 경과 등을 검토한 뒤 우리나라도 순차적으로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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