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지난해 말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함께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는 합작법인(조인트벤처, JV)을 설립한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전기차 파워트레인 관련 사업을 물적분할해 100% 자회사인 LG마그나 설립에 착수했다.
설립을 위한 최종 단계로 LG전자는 마그나에 주식 49%를 매각하는 작업도 지난 28일 완료했다. 마그나는 지분 인수를 위해 약 4억5300만 달러(약 5213억원)를 투자했다. 이로써 LG전자와 마그나 간의 합작법인 주식매매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으며 LG전자는 합작법인의 지분 51%를 보유하게 됐다. 앞으로 LG마그나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모터, 인버터, 차량 탑재형 충전기, 구동시스템 등을 주력 사업으로 삼을 계획이다.
인천에 본사를 둔 LG마그나는 지난 1일 창립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정원석 LG전자 VS사업본부 그린사업담당 상무(54)를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50대인 정 상무의 파격 인사에는 전장사업 육성에 대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정 대표는 1993년 대우자동차에 입사해 자동차 산업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후 2001년 LG CNS에 입사해 영업, 전략, 기획 부문에서 역량을 키웠다.
정 신임 대표의 첫 번째 과제는 ‘애플카 수주’다. 현재 시장에서는 애플이 LG마그나를 파트너로 선택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LG그룹 내부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재계 순위 4위인 LG그룹으로선 그동안 충분한 역량이 있지만, 삼성의 사례를 거울 삼아 ‘LG자동차’의 꿈은 접어뒀던 게 사실이다. 만약 LG마그나가 애플카 관련 사업을 수주하면 사실상 LG차를 론칭하는 셈이라, 정 대표가 이 미션을 성공시키면 그룹 내 LG마그나의 위상도 단숨에 수직으로 상승한다.
전문가들은 LG전자가 최근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공언한 이후 애플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LG전자는 최근 직영 매장인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 판매를 추진하고 있는 데다 사내 임직원몰에서도 애플 제품 판촉을 진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마그나는 완성차 기업이 아니라 애플이 협력할 경우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고, 최근 LG전자와 애플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분위기”라며 “마그나인터내셔널의 위상이 자동차부품 업계에서 세계 3위로 공고한 데다, LG전자 자체의 전장사업 역량도 상당해 애플카 수주는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정 대표가 CEO로 처음 발탁됐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전장사업 전문가인 그가 LG마그나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증권가도 앞으로 LG마그나가 생산할 모터와 인버터 등 전동화 부품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점에서 사업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전기차 모터 시장은 지난해 6조2000억원에서 올해 9조5000억원으로 급성장하며, 2025년에는 2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이후 연평균 26%씩 성장세가 예상된다. 전기차 인버터 시장도 올해 8조4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21조5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는 올해 LG마그나의 매출을 5000억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도 지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LG마그나의 매출이 내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50%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자신했다. 2023년에는 매출이 1조원대, 2025년에는 2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다방면에서 사업 추진을 예고했다. 김주용 VS경영관리 담당은 “LG마그나가 타깃으로 하는 부분은 모터와 파워부품 등 현재로서는 단품을 주로 생산하는데, 향후엔 솔루션 제품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LG마그나가 생산하는 부품 생산에 단품을 공급할 수도 있고, 독자적으로 다른 OEM사에도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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