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속 시한폭탄, 노후건축물⑤]'국가 관리' SOC도 불안…시설물 노후화 급속 진행중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기람 기자
입력 2021-08-02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전체 인프라 중 30살 넘은 시설물 17.5%…"10년 후 급격히 증가"

2018년 11월 24일 발생한 KT 아현국사 화재 현장. [사진=연합뉴스]
 

국가가 관리하는 도로·지하시설물 등 SOC(사회간접자본) 인프라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다른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 과거의 기준에 맞게 설계된 만큼 현재의 이상기후를 버티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시설물안전법'에 따라 관리되는 1·2·3종 시설물은 모두 16만381개로, 이 중 준공 후 30년 이상 된 시설물은 2만7997개(17.5%)에 달한다. 향후 10년 안에 준공 30년에 달하는 시설물은 4만2908개(26.8%)로, 앞으로 노후화된 인프라의 수는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노후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으로 30년 이상 기반시설 노후화 비율은 저수지(96%)가 가장 심각했으며, 댐(45%), 철도(37%), 항만(23%) 등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하시설물의 경우 30년 이상 노후화 비율은 통신구(37%), 공동구(25%), 하수관로(23%) 외에는 낮지만, 20년 이상 비율은 높은 편이다. 20년 이상 비율로는 송유관 98%, 통신구 91%, 공동구 43%, 하수관로 40%, 가스관 35% 등이 있다. 

이처럼 1970년대 경제성장기에 집중적으로 건설된 기반시설은 이미 30년이 경과한 상태이고, 성수대교 붕괴 이후 개정·시행된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설물안전법·1995년 4월)이 적용된 인프라들도 30년 도래 시점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노후 인프라 문제는 예측이 불가능하며 한순간에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2018년 11월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케이블 부설을 위해 설치한 지하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사상 초유의 '통신 대란'이 벌어졌다. 사고의 원인은 15년 이상 된 노후 배관에 있었다. 

당시 서울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와 은평구,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에서 KT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초고속 인터넷, IPTV 서비스 등에 통신장애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은행, 카드, 증권 등 금융서비스가 곳곳에서 멈추는 등 일상이 마비되는 재난 상황이 빚어졌다.

같은 해 12월에는 경기 고양시 백석역에서 열 수송관 파열 사고가 일어나 1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치기도 했다. 이 사고의 원인 역시 30년 가까이 된 낡은 배관에 있었다. 이처럼 일상에 지장을 주거나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기반시설 노후화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노후 인프라는 재난재해에도 무방비 상태다. 집중호우가 이어진 지난해 8월, 충북에서는 4곳의 저수지가 무너졌다. 무너진 저수지 대부분은 축조된 지 50년 이상 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발생 이후 충북도가 약 2개월 동안 조사한 바에 따르면 50년 이상 된 충북 지역의 노후 저수지를 점검한 결과 68%(430곳)가 C등급 이하로 확인됐다.

특히 전 지구가 최근 이상기후와 기상이변 현상을 겪으면서 안전 설계에 취약한 노후 인프라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안정적 기후를 자랑하던 서유럽 국가를 비롯, 이웃 국가인 중국이 폭우와 태풍으로 인프라가 무너지면서 우리나라도 급변하는 재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모든 SOC 구조물은 설계할 때 그 지역의 주변 환경을 조사하고 거기에 맞춰서 50년, 100년을 견디게끔 설계한다. 제대로 설계가 됐어도 기상 상황이 예상을 뛰어넘으면 사건·사고가 발생한다"며 "지금은 돌발 기후가 기존의 예상을 뛰어넘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시설물 재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노후 인프라 문제를 인식하고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 이후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으며, 지난해 1월부터는 '지속가능한 기반시설관리기본법'을 통해 기반시설에 대한 유지관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30년 이상 노후화된 시설이 급증함에 따라 국가 유지관리 예산이 많이 투입되고, 예산의 한계로 인해 필요한 인프라에 대한 유지관리가 적재 적시에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가적으로 장기적인 측면에서 예방적 유지관리를 통해 초기투자비 투입은 불가피하지만, 데이터를 활용하는 등 장기적인 누적 유지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기태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 구조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터 활용을 통해 인프라가 미래에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측하는 기법과 국가적 차원의 기반체계 구축 노력이 필요하다"며 "단순 데이터 구축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이 이를 이용한 분석기법"이라고 말했다.

미래 예측을 위해서는 다양하면서도 방대한 데이터 구축이 필수적이고,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기법 개발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이를 근거로 합리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유지관리 대응 방안 제시를 통해 국가 예산 절감·국가 인프라의 균형 있는 유지관리를 구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