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30일 발표한 '2020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 자료를 통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5%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북한 대기근으로 인한 고난의 행군 시절인 1997년 -6.9% 이후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률이다.
최정태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민소득총괄팀장은 "기상여건 악화와 UN 고강도 경제제재 지속,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 영향"이라며 "2016년 말 이후 지속된 UN 대북제재 강화로 2017년과 2018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고 지난해에도 큰 폭의 역성장을 하면서 북한 실물경제는 2003년 수준까지 위축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산업별 성장률을 보면 농림어업(2019년 1.4%→2020년 -7.6%)과 서비스업(0.9%→-4.0%)이 감소세로 전환했고 광공업 역시 금속광석과 비금속광물 등이 줄면서 -0.9%에서 -5.9%로 하락폭이 커졌다. 제조업도 경공업과 중화학공업 등이 모두 감소하며 3.8% 감소했다. 다만 전기가스수도업의 경우 수력발전 증가로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북한의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우리나라의 1.8% 수준인 35조원으로 1년 전보다 6000억원 감소했다. 1인당 GNI는 137만9000원으로, 우리나라(3762만1000원)의 3.7%에 그쳤다.
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 등 영향으로 북한의 대외교역 규모도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북한의 대외교역 규모는 8억6000만 달러로 전년(32억5000만달러)보다 무려 73.4% 감소했다. 수출은 9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7.9% 감소했다. 시계(-86.3%)와 우모·조화·가발(-92.7%)의 수출 감소세가 확연하게 나타났다. 수입 역시 7억7000만달러로 전년보다 73.9% 급감했다. 섬유제품(-90.9%), 플라스틱·고무(-82.1%) 등이 주로 감소했다.
지난해 남북한 반·출입 규모는 39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조치 이후로는 반·출입 실적이 미미한 수준이다.
북한의 코로나19 확산 관련 대응에 대해 최 팀장은 "저희가 파악하기로 북한은 국경봉쇄 뿐 아니라 유증상자 30일 격리, 이동 금지 및 평양 진입 제한 등도 있었던 걸로 보인다"며 "또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외국인 입국도 제한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은 1991년부터 관계기관으로부터 기초자료를 받아 유엔의 국민계정체계(SNA)를 적용해 북한 경제성장률을 추정해왔다. 산업구조와 1인당 GNI 등 명목 통계는 북한의 기초자료 입수가 어렵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가격, 부가가치율 등을 적용한다.
한은은 "추정치가 남북한 경제력 비교나 향후 남북 경제통합에 대비한 소요 비용산출에는 유용하나 다른 나라 지표와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