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앙 작가의 기존 작품은 실제인지 조각인지 잘 구분이 안 될 만큼 사실적이었다. 2년의 공백 기간을 가진 최 작가가 확 달라진 작품으로 돌아왔다.
최수앙 개인전 ‘Unfold’가 오는 8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학고재에서 열린다.
일상과 같던 작업 습관과 거리를 두어 변화를 시도한 중견 작가의 신작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학고재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첫 개인전.
2000년대 초반부터 쉬지 않고 작업 활동을 지속해온 최수앙은 2019년 봉산문화회관(대구)에서의 개인전 ‘몸을 벗은 사물들’ 이후로 2년간의 공백 기간을 가졌다. 그간의 내적 여정을 학고재 본관에 20점의 작품으로 풀어놓는다.
변화를 준 이유는 분명했다. 최 작가는 “그간 사실적 재현을 바탕으로 작업을 해왔다. 해체되거나 재조합 된 인체를 재현하여 인간의 상태나 처한 상황을 드러냈다. 크게는 사회의 이야기로 발전하기도 했다”라며 “재현된 형상은 그 자체가 갖는 상징과 서사가 강하기 때문에, 감정적인 서사가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의 작업과 거리를 두고 열린 상태로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임했다”라고 설명했다.
2018년 여름 최 작가는 외과 수술을 받았다. 오랫동안 작업에 임했던 양손에 과부하가 걸린 탓이다. 수술 후 재활 기간을 통해 최수앙은 그의 기존 작업 방식을 재고했다.
피부가 없는 상태로 근육이 노출되어 있는 인체나 동물의 그림이나 모형인 ‘에코르셰(Écorché)’에 주목했다.
전시장 한쪽에는 작업 중인 조각가 3명의 모습을 구성한 작품 ‘조각가들’이 있다. 피부가 없는 형과 색으로 조합된 조각가들의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상상을 하게 했다. 한 사람은 누워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발판 위에 올라가 있다.
이 작품을 기존처럼 세밀한 표정과 동작들로 표현했다면, 전혀 다른 작품이 됐을 것 같다는 상상을 했다.
전시장 한쪽에 ‘언폴디드’ 작품 여러개를 세워 놓은 것도 눈에 띈다.
최 작가는 “평면이 아닌 물질로 보이길 의도했다. 백색 종이 자체는 환영을 전제하는 공간이지만, 기름을 먹임으로써 물질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라며 “자연스럽게 앞면과 뒷면을 모두 보여줄 방법을 고민하다가 세워서 전시하거나 경첩을 이용해 벽에 붙여서 작품을 넘겨서 볼 수 있는 방식을 고안했다”라고 설명했다.
중견 작가의 다양한 시도는 계속된다. 그는 “철학자와 대화를 한 후 이를 바탕으로 한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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