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대한 8·15 광복절 가석방 찬성 여론이 우세하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우리 국민 10명 중 7명꼴로 찬성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말없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심사 절차는 이미 시작됐다. 그동안 심사대상자를 추린 법무부는 오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석방심사위를 열고 광복절 기념 가석방 규모와 대상자를 심의한다. 심사대상에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부회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후 이 부회장과 박영수 전 특검 측이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앞서 1심 재판 과정에서 형기 상당수를 복역한 이 부회장은 이미 지난달 말 형기의 60%를 채워 가석방 요건을 충족한 상태다.
가석방심사위는 강성국 법무부 차관(위원장), 구자현 검찰국장, 유병철 교정본부장 등 3명의 내부 위원과 윤강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김용진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홍승희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백용매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조윤오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등 외부 위원 5명으로 구성돼 있다.
가석방심사위가 이 부회장에 대해 가석방 적격 결정을 내리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 가석방이 확정되면 이 부회장은 광복절 이틀 전인 13일 오전 석방된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 가능성이 높다며 기대감을 보인다. 앞서 경제5단체뿐만 아니라 종교계와 지자체, 여야 의원들까지 잇달아 이 부회장의 가석방 또는 사면을 요구해왔다. 애초에는 사면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으나, 이 부회장이 현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등 복수의 재판을 받는 데다 재벌 특혜 논란을 의식한 정부가 가석방 쪽으로 무게추를 옮겼다.
재계는 삼성으로선 가석방이라도 간절한 상황이라 본다. 완전히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하기 위해선 사면이 필요하지만, '총수 부재' 상황이 6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벌어들인 돈을 제대로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파운드리 공장에 약속한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 TSMC와 미국 인텔은 잇달아 투자를 확정, 체급을 키우고 있다.
2016년 11월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80억 달러(약 9조3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단 한 건도 진척이 없는 대형 인수·합병(M&A)도 시급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2020년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3년 내 대규모 M&A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이 부회장의 최종 사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총수 복귀가 하루라도 시급한 삼성으로선 가석방이든 사면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이 부회장이 풀려나는 것이 중요하다”며 “메모리반도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등 삼성이 초격차를 보였던 주요 사업 부문도 글로벌 위기감이 커지고 있어 총수 중심의 전열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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