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13개월 만에 복원된 가운데 통일부가 국제사회 대북(對北) 보건의료협력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 준비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관가에 따르면 통일부는 최근 북한에 코로나19 백신 등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사회 대북 보건의료협력 네트워크 구축'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이번 연구는 정부, 국제기구, 국내·외 대북 보건의료협력 관련 단체들과 △대북 보건의료협력 국제사회 네트워크 구축방안 △북한이 수용가능한 실질적인 대북 보건의료협력 재개방안 등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다. 연구 결과를 통해 연내 북한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임기 말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북한에 가장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이번 연구는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에 앞서 지난 6월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한·오스트리아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 역할을 할 경우 북한도 당연히 협력 대상이 된다. 북한이 동의한다면 백신 공급을 협력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백신 지원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의지를 강조한 지 2개월도 안 돼 북한이 대화의 문을 연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공개석상에서 이례적으로 '보건 위기'를 토로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제7회 전국노병대회에서 "오늘 우리에게 있어서 사상 초유의 세계적인 보건 위기와 장기적인 봉쇄로 인한 곤란과 애로는 전쟁 상황에 못지않은 시련의 고비로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코백스 퍼실리티(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가 지원하려고 했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네트워크 구축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북한은 부작용을 우려해 AZ 백신 대신 화이자, 모더나 등 미국산 백신을 선호하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AZ백신을 거부한 이유는 부작용 환자가 발생할 경우 이를 지원해 줄 병원이나 병상 등 의료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북한이 원하는 백신을 공급할 경우 남북교류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제재 완화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 정부는 아직 명확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오는 8월 실시 예정인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변수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담화를 통해 "우리 정부와 군대는 남조선 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 연습을 벌여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해 예의주시해볼 것"이라며 연합훈련 취소를 압박한 바 있다.
만약 북한이 연합훈련을 문제 삼아 대화의 문을 닫거나 도발에 나설 경우 대북 지원도 명분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대미(對美) 백신 외교'의 징검다리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난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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