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고평가 논란 자초한 크래프톤…주주가치 제고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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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빈 기자
입력 2021-08-0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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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증권부 이재빈 기자]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하겠다. 투자자분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

크래프톤 기업공개(IPO)를 통해 3조원대 주식 부호가 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지난 26일 IPO간담회에서 한 약속이다. 이를 풀이해보자면 크래프톤을 믿고 IPO에 참여한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8월 2~3일에 걸쳐 크래프톤 청약에 뛰어든 개인투자자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힘쓰겠다는 뜻이다. 크래프톤의 최대주주이자 의장으로서 공개적인 석상에서 남긴 발언인 만큼 장병규 의장에게는 이 약속을 지켜야 할 도의적 책임이 있다.

하지만 크래프톤 청약 첫날 결과를 보면 벌써부터 주주가치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증거금이 고작 1조8017억원밖에 몰리지 않으며 청약경쟁률이 2.71대1에 그쳤기 때문이다.

앞서 IPO 대어로 꼽혔던 종목들의 1일차 성적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2조1594억원, 카카오뱅크는 12조522억원의 증거금을 청약 첫날 끌어모았다. 또 이들 종목은 수요예측에서도 각각 1883대1과 1732대1을 기록했다. 반면 크래프톤은 243대1에 그쳤다.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IPO간담회에서 이를 두고 '흥행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자평했는데 이쯤되면 '흥행'이라는 표현이 중의적인 뜻을 가진 표현이었나 싶다.

이제 크래프톤의 주가는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두배로 형성된 후 상한가)은 고사하고 공모가를 몇 거래일이나 지킬 수 있는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기관투자자들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낮아 상장 첫날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국내기관 중 73.6%, 해외기관 중 98.1%는 수요예측에서 의무보유를 확약하지 않았다. 전체 투자자 중 77.9%가 의무보유 미확약인 상황이다.

기관투자자가 의무보유를 확약하는 것은 이 기간 동안 주가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는 상장 후 크래프톤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주가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운 이유는 간단하다.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이다. 최대한 많은 자금을 조달해 신규 투자에 나서고 싶은 경영진의 청사진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청사진이 좋다고 해서 개인투자자는 물론 기관투자자가 봐도 지나치게 높은 공모가를 고집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등을 비교 기업으로 제시하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공모가를 높였는데 주가가 하락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크래프톤을 믿은 투자자들의 몫이 된다. 장병규 의장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함께하겠다'는 약속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 터다.

이제 공은 크래프톤에 넘어갔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약속을 지키려면 자신들이 밴드 상단 공모가를 고집한 만큼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가치를 증명하려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차기작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아직도 스팀에 얼리 액세스로 출시됐던 배틀그라운드가 게임 시장에 안겨줬던 충격이 생생하다. 현재로서는 글로벌 흥행작이라고 평가할 만한 게임이 배그밖에 없는 크래프톤의 상장은 배그가 상업적으로도, 게임적으로도 훌륭한 게임이었기에 가능했다. 전작을 뛰어넘는 차기작을 통해 장병규 의장이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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