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한·미훈련 축소도 강행도 부담...'김여정 하명'에 궁지 몰린 文 대북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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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박경은 기자
입력 2021-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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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문재인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경고 담화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對北) 외교'가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한·미 연합훈련 실시를 두고 정부 부처 간 갈등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며 임기 말 남남 갈등이 현실화됐다.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해도 강행해도 정부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 화해 분위기 속 갑작스러운 북한의 경고 담화로 인해 정부의 임기 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은 명분도 실익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훈련 고심 와중에 與 "北 개성공단에 맥도날드"

4일 외교가에 따르면 한·미 연합훈련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구체적인 일정이나 규모, 방식 등은 확정되지 않고 있다. 한·미 국방 당국은 예정대로 후반기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은 훈련 연기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전날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 보고를 통해 연합훈련 강행 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북한이 SLBM 도발을 강행할 경우 문재인 정부 임기 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에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북한의 주장대로 연합훈련을 축소할 경우 '김여정 하명' 논란이 야기될 수 있어 정부의 대북 외교 선택지가 좁아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여당 내부에서는 개성공단 재개 등 대북 지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개성공단은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자 남·북·미 간 신뢰를 다시 쌓아나갈 수 있는 대들보"라며 개성공단 내에 맥도날드를 설치하자고 주장해 논란을 샀다. 

◆아세안 회의서 터져 나온 'CVID'···北 반발 불가피

아울러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내고자 했던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구상도 먹구름이 끼었다. 대내적으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시행을 두고 당·정 간, 부처 간 분열음이 빚어지는 한편 대외적으로도 문재인 정부의 장밋빛 대북정책이 당초 구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셈이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전날 오후 개최된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는 북핵 등에 대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 실현 문제가 거론됐다. 과거부터 일본이 피력해온 CVID에 대해 북한은 패전국에나 쓰이는 용어라며 반발해왔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이날 오전 늦게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정의용 장관이 전날 회의에서 아세안 측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지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회의에 참석한 아세안 외교장관들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 등의 반응은 전하지 않았다.

앞서 외교부는 전날 오전 진행된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와 관련해서 아세안 측이 남북 통신연락선 재개를 환영하면서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했고 기존의 남북, 북·미 간 합의를 기반으로 한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함께 노력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소개한 바 있다.

한편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역내 다자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오는 6일 열리며 안광일 주인도네시아 북한대사 겸 아세안 대표부 대사 등 북한 측 인사가 정 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간접적으로나마 첫 대면할 전망이다.

이에 더해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처음으로 대외무대에 나오는 만큼 어떤 대외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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