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언론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개정안의 타당성 여부에 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가짜뉴스의 범람으로 인한 폐해를 생각하면 그 개정의 필요성에는 동감한다. 하지만 몇 가지 내용은 정당한 언론활동을 위축시키거나, 더 큰 폐해를 낳을 수도 있어 우려된다.
언론중재법은 2005년 제정됐다. 이후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인터넷 포털 등을 가리킨다)에 대한 특칙이 2011년 개정으로 도입된 것 외에는 2005년 제정법 당시와 현행법에 큰 차이가 없다.
반면 2005년 이후 우리 사회 언론환경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인터넷신문은 2005년 286곳에서 2011년 3193곳으로, 2020년에는 무려 9896곳으로 늘었다. 2005년 대비 35배가량 되니 폭발적으로 증가한 셈이다. 등록 정기간행물의 수도 2005년 7536곳에서 2020년 2만2776곳으로 늘었다. 2005년 대비 3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언론중재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언론사의 수도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최근 우리 사회는 이른바 '가짜뉴스'의 범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폐해가 심각하다는 데에는 다른 의견을 찾기 어렵다. 인터넷뉴스의 댓글에는 언제부턴가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기레기'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일부 문제 있는 언론보도로 인해 정당한 언론활동마저 도매급으로 욕을 먹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그래서 가짜뉴스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 언론중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그 한계도 분명하다. 언론중재법 개정이 가짜뉴스를 제한하는 것을 넘어 정당한 언론활동을 위축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언론의 자유는 우리의 민주적 기본질서 유지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수단이다. 그래서 언론중재법도 언론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고 천명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 보장은 언론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개정안에 아무리 좋은 의도가 있더라도 그것이 언론활동을 너무 촘촘하고 강하게 규율하는 것이면 정당한 언론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번 개정안 제17조의2는 정정보도청구 등을 받은 인터넷 포털 등으로 하여금 지체 없이 정정보도청구 등이 있음을 알리는 표시를 하고, 독자 등이 그 표시를 클릭해서 정정보도청구 등의 내용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당 언론보도의 대상이 된 당사자의 반박문을 의무적으로 같이 표시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는 정정보도 등을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의 판단을 거쳐서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 의하면 형식은 조금 다르지만 사실상 인터넷 포털의 판단만으로 현행제도의 반론보도를 하도록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의 판단을 인터넷 포털의 판단으로 대체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반론보도를 사실상 제한 없이 하도록 하는 것은 새로운 가짜뉴스 유포의 발원지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강제추행 보도에 대해 당사자가 '강제추행이 아니며 피해자가 이른바 꽃뱀'이라고 허위의 정정보도를 청구했다면 어떻게 될까? 개정안에 의하면 인터넷 포털은 위와 같은 허위 내용도 해당 기사에 함께 표시해야 한다. 그로 인한 강제추행 피해자의 2차 피해는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정도일 것이다. 개정안은 이런 문제에 대비해 '명백히 허위이거나 이유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반박문을 표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과연 인터넷 포털이 반박문의 내용을 명백히 허위라고 보고 거절할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게다가 그러한 판단을 인터넷 포털에 맡겨두는 것이 온당한지도 의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인터넷 포털의 기사배열 문제가 심각한데, 반박문의 허위 여부를 구분해 그 게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까지 인터넷 포털에 부여하면 그 남용의 폐해는 더 심각해지지 않을까? 더군다나 개정안은 위와 같은 조치에 대해서 언론사가 다툴 방법도 마련하지 않았다. 위 제도가 현재의 가짜뉴스로 인한 폐해보다 더 큰 폐해를 낳을지도 모를 일이다.
개정안은 허위·조작보도에 대해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고 있다. 그럼 우선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서 가짜뉴스 방지를 시도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할 경우에 다른 제도를 더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개정안은 법률을 위반해 보도한 경우 언론사 등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여기서 '법률 위반'의 범위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위법의 범위가 너무 넓어서 사소한 위법으로도 언론사의 고의, 중과실이 추정될 위험이 있다. 지금의 개정안에 의하면 주차위반이나 금연장소에서의 흡연 같은 사소한 위법행위를 하면서 보도를 해도 언론사의 고의 중과실이 추정될지 모른다. 그래서 취재나 보도과정에서의 사소한 위법을 트집 잡아 징벌적 손해배상을 주장하는 제도의 악용·남용이 우려된다. 위법한 보도를 제한하려면 그에 맞는 범위로 제한해야 한다.
여당에서는 이미 많은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몇 가지 내용은 문제가 있다. 한번 법을 개정하면 그로 인한 새로운 폐해를 바로잡는 것은 다시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 정치지형의 변화에 따라서는 돌이키기 어려운 폐해를 낳을 수도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에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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