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학군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방학 이사철에 전세 수요가 느는 현상은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물량이 씨가 말랐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있는 물량은 값이 크게 뛰었고, 전세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의 전세 호가는 현재 9억~10억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정부가 재건축 조합원의 2년 이상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면서 지난달 호가가 9억8000만원에서 8억7000만원으로 1억원가량 떨어졌지만 이사철을 맞아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임차대법 시행 전만 하더라도 5억원 이하 거래도 심심찮게 보였는데 지금은 최소 8억원은 있어야 전세 거래가 가능하다"며 "이마저도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른 학군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1882가구 규모의 서울 양천구 목동의 목동신시가지 1단지 전세매물은 단 2건에 불과하다. 신시가지 2단지(1640가구), 3단지(1588가구), 4단지(1382가구) 전세매물은 다 합쳐도 14개뿐이다.
방학 이사수요가 몰리며 전세 매물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이 같은 '매물 절벽'은 사실상 임대차법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의 전세매물은 단지별로 40개 안팎이었다.
또 다른 학군지인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청구3차는 780가구 규모이지만 전세는 단 한 건도 없다. 인근 건영3차(948가구)와 주공8차(696가구)도 매물은 각각 3개, 2개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 학군지는 늘 방학 이사철이 성수기였지만, 임대차법 등의 영향으로 전셋값이 오르면서 학군지 상승세가 더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전셋값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매물이 실종되면서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는 반전세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서울의 월세 거래량은 16만5987건으로 지난해 상반기(15만1472건)보다 1만4515건 늘었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는 21만1716건에서 20만7012건으로 줄었다. 전세 거래 상당분을 월세 거래가 메우고 있는 셈이다.
실제 올 5월까지 10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13만6508건으로 이 중 34%가 반전세, 월세 거래였다. 지난해 8월 임대차법 시행 직전 10개월 평균(28.1%)과 비교하면 6%포인트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5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8월 첫 주 송파구 전세가격은 학군 수요가 있는 잠실·신천동 주요 단지 위주로 0.24% 올랐다.
강남구(0.13%)도 대표적 학군지인 대치동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였고, 양천구(0.28%)와 노원구(0.21%) 역시 교육환경이 양호한 목동신시가지와 상계·중계·하계동 구축이 상승을 견인했다.
부동산원 측은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0.17% 올라 전주보다 상승폭을 키운 가운데 학군 양호한 지역과 중저가 위주로 상승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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