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5일 학내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타인 존중 분위기가 미흡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오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대 행정관 4층 대회의실에서 유족, 기숙사 청소노동자 등과 간담회를 열고 "이번 사건을 통해 사회에서 서울대에 바라는 것보다 타인에 대한 존중감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에서 문제가 불거졌지만, 이는 많은 근로자의 문제"라며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내 노동조합이나 인권센터 등이 있지만 멀게 느껴졌을 수 있으니 앞으로 어려움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26일 50대 청소노동자 이모씨(59)가 서울대 휴게실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학교 측 '갑질'이 논란이 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0일 서울대 기숙사 안전관리팀장이 청소 업무와 관련 없는 필기시험을 보도록 한 것 등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팀장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함께 서울대 전체 근로자에 대한 특별 예방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오 총장은 "고용부는 조사 결과에서 근로기준법에 어긋난다고 했는데, 조금 더 넓게 근로자 인권도 생각하겠다"며 "전체적인 조직문화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장기적으로 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숨진 청소노동자 남편 이모씨는 "막내딸이 잠을 못 잘 정도로 고통스러워한다"며 "학교 판단이 조금이라도 빨랐다면 저희 가정이 거짓말로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사람으로 비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용기 내서 증언한 다른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학교 조치가 가장 필요하다"며 "정년 때까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전했다.
간담회에 앞서 서울대 학생 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대시설분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연서명을 오 총장에게 전달했다. 여기에는 총 8305명, 312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서울대 측에 직장 내 괴롭힘을 한 팀장을 징계하고 산업재해 공동 조사단을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청소·경비 노동자 인력 충원 등 실질적 처우 개선책 마련도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학교 측에 팀장 근무지를 다른 서울대 캠퍼스로 옮기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2차 가해 발언을 한 구민교 학생처장 등을 징계하도록 요청했다"며 "숨진 청소노동자가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게 총장 명의 탄원서를 제출하고, 노조 측 산재 관련 담당 공인 노무사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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