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한 달 새 6% 포인트 급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조사해 6일 발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전 총장은 19%에 그쳤다. 윤 전 총장은 정치 참여 선언을 한 직후인 지난달 조사에선 25%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받았다.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하자마자 ‘리스크’가 드러난 것.
정치 전문가들은 8일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 등 컨벤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었음에도 지지율이 급락한 배경으로 ‘잦은 구설수’를 꼽았다. “대구 민란”, “주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 선택의 자유”,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은 없었다” 등 ‘1일 1망언’이란 별칭까지 생겼다.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논란이나 장모 최모씨의 유죄 판결 등 ‘처가 리스크’보다 되레 ‘윤석열의 입’이 문제였던 셈이다.
시작은 주 120시간 발언이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주52시간 제도 시행에 예외조항을 둬 근로자가 조건을 합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토로했다”며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1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청년들의 발언을 옮긴 것이지만,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을 노사 합의에 의해서 변형할 수 있는 예외를 두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지나치게 ‘자유’를 중요시하는 윤 전 총장의 노동관이 드러난 것으로, ‘노사 간 존재하는 권력 관계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사측의 요구를 노동자가 거부할 수 있겠냐는 것.
해당 인터뷰에서 나왔던 ‘부정식품’ 발언도 논란이 됐다. 윤 전 총장은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를 언급하며 “프리드먼은 완전히 먹어서 사람이 병 걸리고 죽는 것이라면 몰라도, 부정식품이라고 하면 그 아래라도 없는 사람은 선택할 수 있게,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뒤에 “국민 건강과 직결되지 않는데 기준을 너무 높이고 단속하고 형사처벌까지 나아가는 것은 검찰권의 과도한 남용이 아니냐는 게 평소의 생각”이라고 수습했다.
지난달 20일 대구를 방문해선 “(코로나19) 초기 확산이 대구 아닌 다른 지역이었으면 민란부터 일어났을 거라고 할 정도”라고 했다. 대구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시민의식’이 높다는 식으로 우월성을 강조한 셈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선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 지진, 해일이 있어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이 붕괴된 것은 아니다”며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고 사실관계가 어긋난 발언도 내놨다. 논란이 되자 발언은 삭제됐다. 윤 전 총장은 뒤늦게 “지진, 해일이 없었다면 방사능 유출도 안 됐을 거라는 뜻”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설화가 발생할 때마다 ‘그런 뜻이 아니다’, ‘와전됐다’, ‘의도는 그렇지 않다’ 등의 해명을 내놓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화법보다는 인식의 문제에 더 가깝다”며 “본인의 취지가 왜곡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언어 선택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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