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비오 신부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90)이 9일 광주에서 열리는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자택을 나섰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 25분께 부인 이순자씨(83)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와 광주지법으로 향했다. 회색 양복에 마스크를 쓴 그는 손을 한 번 흔들고 준비된 차량에 탑승했다.
전씨 자택 앞은 취재진과 유튜버들로 이른 시간부터 북적였다. 취재진이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생각 없느냐" 등을 물었지만 전씨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가 법정에 출석하는 것은 지난해 11월 30일 열린 1심 선고공판 이후 9개월 만이다. 광주 법정에 서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전씨는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부 헬기 사격 사실을 부정하며 목격자인 고 조비오 신부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그는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썼다.
앞서 1심 재판부는 1980년 5월 21일과 27일 500MD·UH-1H 헬기가 광주 도심을 사격했다고 인정하면서 전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명예훼손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씨는 1심에서 모두 세 차례 법정에 출석했으나 1심 판결 이후 항소심 재판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도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없이 재판을 할 수 있으나 불이익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전씨는 입장을 바꿨다. 광주지법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항소심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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